광화문에 이름난 삼계탕 집이 있다. 복날이 아니더라도 이 집에서 삼계탕 한 그릇 먹으려면 매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30분은 기본이다. 2시간 가까이 기다려본 적도 있다. 가격은 1만3000원으로 다른 삼계탕집 보다 3000원 가량 비싸다. 전직 대통령이 자주 찾았다는 입소문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고 먹어보니 확실히 맛이 있어서 생각 날 때마다 한그릇씩 먹고오곤 한다.이 집이 삼계탕 한 그릇을 팔아서 얼마를 남길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집에 영계를 공급하는 닭장수는 얼마나 남길 것인가를 생각했었다. 이 집이 삼계탕을 한 그릇 팔아서 3900원(30%)를 남긴다고 닭장수까지 30%의 마진을 남겨야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 1만원에 먹을 수 있는 삼계탕을 3000원을 더 내면서, 그것도 매번 30분 이상 기다림까지 감수하는 것은 이 집이 삼계탕을 맛있게 잘 내놓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맛집을 잘 모르는 나에게도 이 집의 소식이 들려올 정도라면 자의건 타의건 홍보 마케팅도 잘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집이 30%의 이익을 남기고, 닭장수가 5%의 이익을 남긴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닭장수 등쳐먹는 삼계탕집이라는 비판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삼성전자가 2분기 5조원의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발표가 나자 이곳저곳에서 삼성 때리기가 한창이다. 옛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과 협력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해 "삼성이 협력사를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삼성이 어떤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지 제대로 밝힌 곳은 없다. 그저 영업이익률을 비교하고 뜬구름잡기식의 익명 인용 발언을 기사화한 것은 앞서 예를 든 삼계탕집과 닭장수의 얘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삼성이 2분기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고, 이렇게 쌓은 현금으로 올해 시설투자를 감행하기 때문에 장비업체들도 최대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최대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이들 장비업체 가운데 삼성에 의해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친 업체도 있다.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위가 있었고, 이를 포착해 보도했다면 이것은 특종이 됐겠지만 지금은 이도저도 아닌 것이다.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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