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지난 1월 2013 인터내셔널 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내가 쓰는 애플 노트북을 보곤 대수롭지 않다는 듯 “TV는 삼성 제품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응은 의외였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고, 반응은 달랐다.

당시 최지성 대표이사 부회장(현 삼성미래전략실장)은 “왜 삼성 노트북을 쓰지 않느냐, 우리 시리즈9도 상당히 좋은 제품이다, 꼭 써보라”고 말했었다.

최 부회장이 ‘우리 노트북 써보라’고 진지하게 얘기했던 이유는 그가 완제품 사업을 총괄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윤 사장이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던 이유를 유추해보면 ‘내것’이 아니었기 때문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트북 사업은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신종균 정보통신 모바일(IM) 부문 사장의 것이다.

2011년 9월 독일에서 열린 IFA 전시회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처음으로 공개하자 TV 사업을 관장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한 임원은 “IFA는 전통적인 가전전시회인데 갤럭시 노트에 가려 ‘우리 제품’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사내 경쟁을 유도해 최대 실적을 내는 독립채산제는 내것과 네것을 따지게 되는 이러한 부작용이 분명 존재한다.

윤부근과 신종균, 신종균과 윤부근

삼성전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 사이에선 지난해부터 TV의 윤부근 사장과 휴대폰의 신종균 사장 중 누가 먼저 부회장에 승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심심치 않게 격론이 오가기도 했다.

‘신종균 우세론’을 펼치는 이들은 실적을 얘기한다. 삼성이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를 실행해왔던 점을 미뤄 전사 이익의 70%를 책임진 신종균 사장이 먼저 부회장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는 곧 윤 사장의 퇴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의 PC 및 프린터 사업을 이끌어왔던 남성우 전 부사장은 올해 인사 및 조직개편에 앞서 최지성 부회장에게 “차라리 CE 부문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린터는 윤 사장이 이끄는 CE부문으로, PC는 신종균 사장의 IM부문으로 찢어졌다. 삼성전자의 PC 사업은 신종균 사장과 경영 코드가 일치하는 이돈주 사장이 맡았다.

남 전 부사장은 신종균 사장의 입사 선배라고 한다. 직원 시절 한 때 남 전 부사장이 사수, 신 사장이 부사수로 일하기도 했다.

‘윤부근 우세론’을 펼치는 이들은 윤 사장이 ‘업의 한계’를 넘어 상대적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들며 윤에게 IM을, 신에게 CE를 맡겨봐야 한다는 주장을하곤 했다. 

성장 기회가 있는 B2B 프린터 사업과 의료기기사업부를 CE 밑으로 보낸 것은 사업군의 성격을 고려했겠지만 배분 차원이 강했다는 분석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15일 기존 권오현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권오현-윤부근-신종균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복수 대표이사 체제를 도입한 것은 대표이사로서의 권한과 사업에 대한 책임을 일치시켜 사업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모든 완제품이 하나로 엮이는 최근 시장 상황에 이 같은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과연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휴대폰과 TV가 하나로 묶일 수 있는 ‘플랫폼’ 단위의 사업은 따로 놀거나 상호 경쟁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TV는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과 연계해서 판매하면 시장이 확 키울 수도 있다. 통신사업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신종균 사장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것이 가능해야 한다. 개발자 생태계도 공유해야 함이 바람직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회사 고유의 생태계를 통합하고 범사업부 차원의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이코시스템 인티그레이션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사업부간 벽을 깨고 광범위한 협력을 수행할 것이라고 한다. 두 사업부문간 협력이 얼마나 이뤄질 지 자세히 지켜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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