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한컴) 인수전이 막바지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5일, 우선협상대상자가 3개로 좁혀졌는데요, 누가 새 주인이 될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날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최종 후보군은 한림건설-하우리, 소프트포럼, 하나온-네오플럭스-세븐코스-파로스인베스트먼트코리아 컨소시엄으로, 셋 중 한곳이 한컴을 차지하게 됩니다. (관련기사 한컴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 3곳 선정) 그런데 한컴 인수전에 유독 보안업체들의 참여가 두드러집니다. 적어도 작년 초와 올해 치러진 인수전에는 그랬습니다. 초반부터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밝힌 SGA를 비롯해 안철수연구소, 소프트포럼이 단독으로 참여했고 한림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하우리도 보안업체입니다. 소프트포럼은 1년 전에 있었던 인수전에도 참여했었습니다. 그땐 한컴을 인수할 최종 후보자로 넥스지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었군요. 물론 넥스지는 전날까지도 인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고 결국 셀런에게 한컴이 돌아갔었죠.  올 초 <정보보안산업 15주년 기획>을 하면서 어느덧 보안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산업의 주역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에 국민기업,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컴 인수에 보안업체들이 적극 참여한 양상도 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보안업체들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업체들입니다. 아직도 국내 전체 보안 시장은 NHN의 매출 규모에도 못 미칠 정도로 작은 규모이지만, 티맥스소프트나 핸디소프트와 같은 기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맥을 못추며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도 많은 보안업체들에게선 밝은 미래와 희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보안업체는 이제  ‘영세기업’이 아닙니다. 인수는 생각지도 못하고 오직 인수합병 매물로 나올 가능성만 있다고 치부해서는 더더욱 안됩니다.   필요하다면 스스로 괜찮은 회사를 물색해 인수를 추진할만큼 자금력이 탄탄하고 자기 브랜드와 기술력으로 소프트웨어 사업을 벌이면서 계속 성장해나가고 있는 회사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1, 2차 우선협상대상에 이름을 올린 보안업체들 - 소프트포럼, 하우리, SGA -은 대주주나 경영자 개인이 탄탄한 자금력을 갖고 있거나 다 자기자본은 아닐지라도 그만한 현금동원력을 가진 곳입니다. 저마다 한컴 인수에 나선 목적이 조금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선 혹시 기존 회사의 사업과 시너지를 내고 보다 회사를 발전시키겠다는 것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보다는 한컴의 다른 활용가치에 더 무게를 둔 곳이 있을 수 있겠죠. 결과적으로 한컴의 현금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계열사를 지원했던 셀런이 그랬던 것처럼요. 그래도 이들 업체는 자기시장과 자기제품으로 보안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열심히 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는 곳이기에 사업 시너지 효과면에서 기대를 걸만 합니다. 하우리는 이번 한컴 인수전에 친분이 두터운 한림건설 회장의 제의에 응해 참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까운 친인척 관계로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데다가 하우리는 10년이 넘게 소프트웨어 사업을 벌여온 회사여서 한컴 인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분관계 등 향후 구체적인 방향은 일단 확실히 낙점돼야 하겠지만 건설업보다는 하우리가 벌이는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더욱이 오래전인 2003년에 한컴은 하우리 인수를 검토했던 적도 있습니다. 7년 뒤인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지만요. 지난 2008년에도 한컴은 향후 지분인수를 장기 목표에 두고 그 첫단계로 하우리와 총판계약을 맺어 보안 제품을 공급 및 유통 사업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프라임그룹이 주인으로 있던 막바지 시점이었는데요, 이 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임원이 갑자기 그만두고 내부사정이 어지러워지며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었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을 두고 여러차례 제휴·협력이나 인수 등이 추진된 것은 두 업체간 사업시너지는 충분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겁니다. 더욱이 한컴의 경쟁요소 중 하나인 ‘씽크프리’와 하우리가 신규 사업으로 진행하는 모바일 보안 사업을 결합해 큰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또 만일 하우리가 한컴을 인수해 서로 합병한다면, 하우리는 코스닥에 다시 입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정된 보안사업 영역을 탈피해 소프트웨어 업체로 확장해나갈 수 있겠죠. 공공시장은 하우리도 한컴 이상으로 충분한 영업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교육 시장 등 한컴이 강점을 바탕으로 자기시장을 더욱 확대, 강화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포럼의 경우엔, 일단 대표이사인 김상철 회장이 M&A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의 자금력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상철 회장이 소프트포럼의 오너가 된 후 투자 M&A 회사인 SF인베스트먼트와 국내 유망기업을 발굴해 투자금을 조성하고 해외 증시에 상장시키는 등 해외에 진출시키는 사업을 하고 있는 캐피탈익스프레스를 설립했죠. 소프트포럼은 지난 7월에도 전기자동차업체인 ATTR&D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13.41%)로 등극했습니다. 이 때문에 소프트포럼 주가는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최근들어 소프트포럼 이름으로 지분인수 등 M&A 관련 일이 적극 추진되네요. 그동안 김 회장은 소프트포럼이 진행하는 보안소프트웨어 사업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소프트포럼이 만든 ‘코드게이트’라는 해킹방어대회 및 보안컨퍼런스는 김상철 회장 의지로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는 행사입니다.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가 하는 행사처럼 보이고자 하고 있지만요. 정부나 방송사 등 언론, 각종 협단체의 힘을 더해 국내를 대표하고 세계적인 행사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정부의 요구와도 딱 맞아떨여졌습니다. 국민기업이자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 명성을 가진 한컴이 이름을 더욱 드높이고 이익까지 실현해준다면 훌륭할 것입니다. 또 여전히 소프트포럼은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공개키기반구조(PKI) 및 공인인증 관련 분야에서는 1~2위를 다투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이러한 솔루션이나 DB보안 제품 등이 금융권과 함께 주력하는 공공 시장 영업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IT시장 핫이슈인 스마트폰 관련 신규 분야 진출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회사를 창업한 이찬진씨가 회사를 내놓은 뒤 지난 10년 간 8번이나 주인이 바뀌면서 우여곡절을 경험한 한컴이 새주인을 제대로 만나 사업을 일구고 회사 비전을 실현하는데 집중할 수 있길 바랍니다.그런데 소프트포럼과 하우리가 우선협상대상에 선정돼 한컴 인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상승세를 보였던 한컴의 주가는 이날 크게 떨어졌습니다. 반면 소프트포럼 주가는 급등했죠. 물론 다시 급하강했지만요. 그런 면에서 보안업체들이 시장에 확실한 성공비전이나 신뢰를 주기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긴 합니다.   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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