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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의 싱크탱크인 LG경제연구원은 지난 4일 ‘중국 휴대폰 기업 로컬 시장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 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산업에서 중국과 일전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작년 스마트폰 판매량 10위권 내 제조사 순위는 ▲삼성전자 ▲애플 ▲노키아 ▲블랙베리 ▲HTC ▲소니 ▲화웨이 ▲LG전자 ▲ZTE ▲레노버 순이다. 이중 중국 업체는 화웨이 ZTE 레노버 3곳이다. HTC는 대만 업체다.

지난 2012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2’에서 당시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현 삼성 미래전략실장)는  “(중국업체 때문에) 긴장도 되지만 과거 10년 전에 우리가 했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다”라며 “바로 베끼지 않는가. 지금 온 사람 대부분 경쟁사 사람일 것이다. 안은 못 베끼지만 외관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내놓는다”라고 중국의 위협은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이 바라본 중국 업체의 강점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금이 있도록 거친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우선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다. 중국은 3세대(3G) 이동통신부터 자체 표준을 정했다. 자국 시장을 갈라파고스로 만들어 자국 기업을 키우고 해외 업체 진입을 어렵게 하는 방법은 ICT분야에서는 자주 쓰이는 방법이다. 한국 역시 이 방법으로 ICT업체를 키웠다.

한국은 2세대(2G) 이동통신을 도입하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채용했다. 기술 자체는 퀄컴이 개발했다. 중국처럼 자체 표준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19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하는 등 상용화를 선도했다. 삼성전자 LG전자가 휴대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CDMA는 토대 역할을 했다. 네트워크 장비 사업도 CDMA 탓에 국산화가 가능했다. 삼성전자는 4세대(4G) 이동통신에서 단말기뿐 아니라 장비도 기회를 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4G에서도 자체 기술이라는 방호벽을 쳐줬다. 한국이 와이브로를 통해 제2의 CDMA 효과를 노렸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와이브로는 실패했다.

중국 통신사 지원도 빠질 수 없다. 중국 2위 3위 통신사 차이나유니콤과 차이나텔레콤은 중저가 단말기를 자국 제조사 위주로 운영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작년 1500~3000위안대 단말기 중 차이나유니콤과 차이나텔레콤의 중국 제조사 비중은 각각 71%와 41%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보조금에 의한 단말기 유통방식은 지금은 뭇매를 맞고 있지만 국내 제조사 매출과 수익성에 큰 기여를 했다. SA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시장에서 단말기 교체가 가장 빠른 나라는 한국이다. 국내 단말기 시장은 작년까지 2400만대 전후를 기록했다. 그것도 대부분 프리미엄 제품이다. 해외보다 국내에서 단말기 값이 비싸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내수 시장에서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은 해외에서 물량 공세를 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중국은 한국보다 시장이 훨씬 크다.

LG경제연구원이 바라본 중국 업체의 약점은 일본의 휴대폰 제조사의 지금을 만든 위험요소와 매우 유사하다.

갈라파고스 자체에 안주하는 것이 약점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지만 중국에서 중국 업체의 자리는 중저가다. ▲중국만의 기술에 글로벌 업체가 적응하기 전 ▲중국 통신사가 가입자 확대의 벽에 부딪히기 전에 다른 시장을 찾거나 위로 올라가야 한다.

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판 5개 업체 중 4개가 중국이지만 다른 한 업체가 가장 많이 제품을 팔았다. 삼성전자가 점유율 18.5%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분기 1000만대 이상 팔았다. 내수 시장에 안주하다 이런 식으로 해외 업체에 하나씩 하나씩 자리를 내주기 시작하면서 일본 휴대폰 기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가트너에 따르면 일본에서 작년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팔은 기업은 애플(점유율 27.9%)이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7%. 이보다 많은 점유율을 차지한 일본 업체는 후지쯔 샤프 소니 NEC뿐이다.

중국 휴대폰 업체는 한국 업체처럼 될 것인가 일본 업체처럼 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두 가지 가능성은 다 열려있다. 확실한 것은 LG전자로서는 삼성전자보다 중국 업체와 먼저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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