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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번째. 지난 5월31일(현지시각)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 원고 소송, 즉 애플의 삼성전자 특허침해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오는 6월4일(현지시각)로 미뤘다. 삼성전자 특허는 통신표준특허다. 이용치 않으면 통신기기를 만들 수 없다. 소송을 제기한 4건 중 1건('348특허)이 승부처다. 특허소송은 100건을 비켜가도 1건이 걸리면 특허권자가 이긴다.

ITC 소송은 일반법원 소송과 파급력이 다르다. ITC는 특허침해 판정을 내린 뒤 해당 제품을 미국 수입금지 시킬 수 있다. 배상을 하고 협상을 하고 항소를 하고 다 필요 없다. 바로 판매금지다. 삼성전자도 애플도 같은 처지다. 미국 회사도 미국에서 제조하는 제품은 별로 없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미국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각각 지난 5월21일(현지시각)과 5월10일(현지시각) ITC에 전달한 서한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서한들은 ‘표준특허 침해를 수입금지까지 내리는 것은 공익과 맞지 않다’는 내용을 담았다.

표준특허는 이 특허가 없으면 시장 진입이 불가능한 특허를 일컫는다. 이 때문에 특허권자는 특허를 이용하고자 하는 편에 적절한 로열티를 받고 무조건 이용을 허락해야 한다. 이것이 ‘프랜드(FRAND)’ 조항이다. 문제는 ‘적절한 로열티’에서 발생한다. 삼성전자 원고인 ITC 소송은 적절한 로열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양측이 로열티를 내지 않고 특허를 쓰니 특허침해(삼성전자) 언젠가 로열티를 낼테니 프랜드(애플)라는 주장으로 맞섰다.

상하원 의원들의 의견대로라면 애플 수입금지는 못 시킨다. 수입금지가 없으니 그냥 제품을 팔아도 아무런 제지 수단이 없다. 애플은 언젠가 로열티를 내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면 미국에서는 끝이다. 삼성전자가 권리를 찾을 방법은 민사소송인데 민사소송은 끝이 없다. 앞으로 미국 기업이 표준특허를 무기로 다른 기업을 압박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애플을 지키는 편에 선 셈이다.

이는 미국 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삼성전자 특허 효력을 인정치 않은 민간인 배심원 평결보다 더 애플에 유리한 제안이다. 배심원 평결은 삼성전자가 표준특허로 소송을 낸 것 자체를 막지 않았다. 다만 특허를 무효로 봤다.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과 특허가 무효가 된 것은 다 좋지 않은 결과지만 다른 특허를 내세우면 되니 전자가 낫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 지속은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기업 챙기기 등의 노골화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미국 정치권의 태도도 그 연장선상이다. 하지만 이들이 애플을 무조건 봐주는 것은 아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애플의 탈세논란, 작년 떠들썩했던 협력업체 납품가 후려치기와 가혹한 노동환경 등 역시 미국 내에서 먼저 불거졌고 곤혹을 치렀다.

미국 사회의 애플에 대한 태도는 이중적이다. 물론 이는 대부분의 사회가 자국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다. 타국 기업과 경쟁에서는 자국 기업의 편을 들지만 그 기업 자체가 그 사회의 해악이 되는 태도를 보일 때는 단호하게 단죄한다.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삼성전자 역시 이중적이다. 다만 애플을 바라보는 미국과 다른 점은 자국 기업이라고 옹호하는 마음은 덜하고 해악이 되는 태도를 보여도 관대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기업에 대한 태도가 그렇다. 이번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와 별개로 우리 사회가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숙제다. 왜 우리 사회는 우리 기업에 대해 이런 태도를 갖게 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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