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애플 아이폰X의 부품원가(BOM)가 약 40만원 정도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출고가(142만원)와 너무 큰 차이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이처럼 배짱장사를 하고 있으며 부실한 애프터서비스(A/S), 통신사에 광고비 전가 등 이른바 ‘갑(甲)질’의 표본으로 말하고 있는 모양새다.

 

근거로 내세운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자료는 말 그대로 제품을 분해하고 여기서 나온 부품을 역으로 추적한 것이다. 가령 삼성전자 128GB 낸드플래시의 가격을 파악하고 다른 부품에 하나씩 더해 나가는 식이다. 여기에는 연구개발(R&D)이나 생산, 소프트웨어, 고객지원, 물류 등의 비용이 빠져 있다. 당연하지만 이 가격을 더하면 최소한 BOM보다는 수치가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애플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한편에서는 이런 낮은 BOM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세계 최고의 공급망관리(SCM) 업체가 추구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 입장을 들어보면 얼마나 마른수건을 쥐어짜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상당부분은 애플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소비자 입장에서 BOM은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판매가격도 아니고, 각각의 부품을 따로 구입해서 완제품으로 조립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분야에 따라서도 다르다. 예컨대 엔터프라이즈 업계에서는 특정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 워크스테이션을 공짜로 주는 경우가 있다. PC도 아니고 워크스테이션이니 못해도 정가로 수백만원은 나갈 터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소프트웨어 가격이 비싸다는 방증이다.

 

다른 예를 살펴보면, 프리도스(Free-DOS) PC가 있다. 운영체제(OS)를 빼고 그만큼 저렴하게 팔겠다는 것. 바꿔 말하면 OS 가격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어떤 제품이라도 OS가 없으면 그저 깡통에 불과하다. PC는 리눅스가 있고 OS 설치가 상대적으로 손쉬우나 스마트폰은 이런 상황이 아니다. 더구나 아이폰은 아이오에스(iOS)에서만 작동한다. 안드로이드폰과는 경우가 다르다.

 

다시 돌아와서, 원가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스마트폰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사치재가 아닌 필수재로 올라선 만큼 가격이 높을수록 소비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선택의 폭이 좁은 것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른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 아이폰만 고집한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지금은 가라앉아 있는 PC 산업이 한창 잘 나갈 때 소비자는 스마트폰 시대 못지않은 고민이 많았다. 하루만 자고 일어나면 PC 가격은 떨어져 있고 사양은 높아져 있으니 언제 제품을 구입해야 할지 머리를 싸맸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나온 말이 있다. “죽기 직전에 사는 PC가 가장 저렴한 제품”이라고 말이다.

 

어떤 사람은 100만원 PC로 1000만원의 가치를 올린다. 또 어떤 사람은 1000만원 PC로 10만원의 일을 한다. BOM으로 그 제품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을 이해하고 이전보다 확실한 가치 전달이 이뤄질 수 있느냐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선택하면 된다. 어차피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고, 기업은 소비자의 마음을 붙들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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