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HP’라는 기업 이름을 들으면 어떤 제품이 생각나십니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PC(노트북)나 프린터를 떠올릴 것입니다. 엔터프라이즈 IT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슈퍼돔’ 같은 대형 유닉스 서버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HP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떠올리시는 사람도 있을까요? 아마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MS, IBM, 오라클, SAP, 시스코 등 등 전 세계 엔터프라이즈 IT를 호령하는 기업 중에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인지도가 가장 낮은 회사는 HP가 아닐까 싶습니다.하지만 HP는 SW 회사로의 전환을 계속 꿈꿔왔습니다. 지난 3월 한국HP 함기호 부사장은 “2009년을 기점으로 하드웨어 중심의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는 이를 가속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함 부사장의 이 같은 자평에도 불구하고 HP 소프트웨어는 아직 글로벌 리더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듯 합니다. 이렇게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글로벌 리딩 IT업체들에 비해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가 많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입니다.HP는 주로 ‘IT인프라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합니다. 서버?네트워크 관리 솔루션이나 테스팅 솔루션, 데이터센터 운영자동화 솔루션 등이 HP SW의 주력 제품들입니다. 주로 기업의 전산팀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들로, IT인프라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될 제품들입니다.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도하기 어렵습니다. 최대 경쟁사인 IBM의 경우 HP SW와 유사한 제품 브랜드인 ‘티볼리’ 이외에도 정보관리 소프트웨어, 개발플랫폼, 미들웨어 등 무수히 많은 소프트웨어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말할 것도 없지요.이 때문에 HP 소프트웨어가 글로벌 SW 시장에서 리딩 그룹에 있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물론 이런 현실은 HP 스스로 잘 알고 있을테고요. 하지만 IT시장에서 SW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HP가 스스로 SW기업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SW가 중요하다는 사실의 방증입니다.이 가운데 최근 HP의 움직임 중에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HP는 지난 3월 MS 오피스 커뮤니케이션 서버, 라이브 미팅 등 MS의 통합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에 자사의 각종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오퍼링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중대형 규모인 30~40TB 급의 데이터웨어하우스 시장 공략을 위한 패스트 트랙 DW 제품을 MS SQL 서버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체 DW 솔루션인 ‘네오뷰’는 사실상 사업을 접고, MS와의 협력으로 이 시장에 들어가려는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는 이미 스스로 강점을 가지고 있고, EDS 인수를 통해 서비스 역량까지 확보한 이후 소프트웨어 제품은 MS와의 협력으로 확충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일종의 SW 제품 아웃소싱이라고 할까요?최근 HP 소프트웨어 책임자로 부임한 빌 벡트 부사장이 MS 출신이라는 점은 이 같은 해석에 힘을 보탭니다.하지만 자체 제품 없이 MS와의 협력만으로 필요한 제품을 제 때 공급할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시장에서 MS의 엔터프라이즈용 소프트웨어 위상이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윈도 서버나 SQL 서버 등은 ‘중저가 상품’으로 평가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MS가 언제 독자노선을 걸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현재 미국 워싱턴에서는 HP 소프트웨어의 최대 고객행사인 ‘HP 소프트웨어 유니버스 2010’이 열리고 있습니다. 과연 이 자리에서 HP 소프트웨어가 보여주는 새로운 비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IT인프라관리’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댓글 쓰기
저작권자 © 딜라이트닷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