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클라이언트 운영체제 윈도8이 출시됐습니다. 태블릿과 PC 시장을 모두 공략하겠다는 포부로 MS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품입니다.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스마트 디바이스와 BYOD(Bring Your Own Devices) 시대를 겨냥한 MS의 핵심 제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S는 예년에 비해 이번 윈도8 출시 이벤트는 조용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비틀즈 전 멤버들을 초대하거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윈도 아이콘으로 밝히는 등 유난을 떨었지만 올해는 조용히 진행했습니다. 출시 행사가 열린 샌프란시스코 해변의 57번 부두는 한때 차고지로 쓰인 곳이라고 합니다.

조촐한 이벤트 기조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윈도 운영체제를 출시할 때 한국MS는 대부분 비싼 호텔의 행사장을 거의 통째로 빌려 대대적인 출시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행사는 거의 일주일에 걸쳐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심야에 조촐한 파티를 개최하는 것으로 출시 이벤트를 마쳤습니다.

미디어 대상 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MS는 윈도8이 공식 출시된 지 4일이나 지난 30일에서야 서울 역삼동의 한 예식장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왜 이렇게 조용하게 윈도8 출시 행사를 진행하는지는 MS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과, 경쟁사인 애플은 MS처럼 대대적인 출시 이벤트를 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한국MS가 출시 이벤트에서 윈도8 비매품을 배포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MS는 지금까지 새로운 윈도가 출시되면 이벤트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비매품을 증정하곤 했습니다. 윈도 운영체제를 직접 사용해보고 기사나 블로그에 좋은 리뷰를 써 달라는 의미일 것이고, 또 새 제품에 대한 입소문을 내달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나 윈도8 비매품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26일 런칭 파티에서도, 30일 열린 미디어 브리핑 현장에서도 한국MS는 윈도8 비매품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에 대해 한국MS 측은 “(참석자들이) 터치 기능이 없는 PC나 노트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태블릿 시장을 겨냥한 윈도8의 새로운 사용자환경(UI)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디바이스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에 MS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MS는 윈도8을 통해 터치 디바이스뿐 아니라 기존의 PC 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입니다. PC의 모니터에는 터치 기능이 없는 것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10억대의 윈도 기반 디바이스가 있다고 합니다. 이 디바이스들은 대부분 터치 인터페이스가 없습니다. 이 시장을 노린다면 과거처럼 윈도8을 홍보하기 위해 비매품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는 윈도 출시 이후 들려오는 “PC에서는 윈도8이 윈도7보다 불편하다”는 목소리와 맞물립니다. 기존의 PC 이용자들에게 굳이 비매품을 제공해봐야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기사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에 PC 사용자들의 안 좋은 경험이 전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MS 스스로도 기존의 PC와 윈도8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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