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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KOSPI) 지수가 전일(6일) 오전, 장중 3000선을 돌파했다. 국내 증시가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라선 것이다. 국민은행 홍보실은 이날 오전 주가가 3000포인트를 넘어서자 자체 딜링룸 전광판에 찍힌 경이적인 숫자를 사진에 담아 언론사에 배포했다.

밖을 둘러보면 여전히 엄혹한 코로나19의 상황이고, 글로벌 경제까지 극도로 위축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코스피의 급등은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증시는 현실의 반영이 아닌 미래의 기대치가 투영된 시장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면 그 기대치는 종종 합리적이었다. 

지난 1989년 코스피 지수가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이로부터 21년만에 3000 포인트 시대가 열리기까지 과정을 되짚어보면 몇가지 흥미로운 역사적 요소들과 마주한다. 그 중 하나가 IT섹터다. 코스피 지수가 1000단위 앞자리를 바꾸면서  퀀텀 점프를 할때마다 거기에는 IT산업의 역할이 컷다.

1989년 코스피가 1000포인트를 넘길 당시, 한국 경제는 80년대 '3저 호황'에 따른 대내와 경제적 응축이 폭발하면서 가장 화려한 시기를 맞는다. 사실 1980년 100포인트에서 1989년 1000포인트가 된 것이 더 놀랍다.

그러면서 맞이한 것이 꿈의 지수 1000포인트 돌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당시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으로 반도체가 올라섰다. 당시 우리 나라는 섬유 등 경공업 중심에서 중공업, 고부가가치 전기전자 수출국으로의 체질 전환, 이를 기반으로 무역흑자 규모가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화려하기만했던 지수 1000포인트는 불과 8년뒤 1997년말 IMF사태를 맞으면서 극적으로 추락한다. 200포인트대 까지 급전 직하했다. IMF사태의 트라우마는 지금도 그 잔영이 남아있고,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 초토화된 주식시장을 금새 회복시킨 소중한 학습 경험을 제공했다.

IMF사태로 처참하게 무너 진코스피 지수를 다시 끌어올리고 회생시킨 것도 IT섹터였다.

논란은 있지만 2000년대 초반,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닷컴 열풍을 잘 이용했다. 이를 계기로 e비즈니스 강국으로 발돋음했고, 우리 산업의 체질도 정보통신, 정보산업. 지식산업 중심으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된다. 당시 현대증권이 내건 '바이 코리아'는 가슴을 뛰게했다.   

결국 기력을 회복한 한국 경제는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2007년 결국 역사적인 2000선을 돌파하는 성공했다. 2000포인트를 돌파할때의 감흥은 1000포인트 돌파할 떄와 비교해 좀 덜했을지 몰라도, 불과 10년만에 200포인트였던 지수를 무려 10배로 끌어올린 것은 엄청난 역동성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역사적 우연인지,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천신만고끝에 달성한 2000포인트 시대도 오래 가지 못했다.

다만 이번에는 우리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요인이 컷다.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등으로 촉발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증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코스피 지수는 다시 1000포인트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이 때도 반등의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과 2년여만인 2010년, 코스피 지수는 다시 2000선으로 회복했다. 그런데 이 때도 역시 코스피 지수 반등을 이끈 것은 IT섹터 였다. 

당시 세계 반도체시장에선 생존을 건 치열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이 승자가 됐다. 닷컴 버블의 여파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급속하게 침체되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이후 되돌아온 '슈퍼 사이클'의 과실을 누리게 된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에서 3000포인트로 상승하는데 10년이 걸렸지만 사실은 그 속도가 빠르다고는 할 수 없었다. 상당히 오랜기간 코스피 지수는 2000포인트를 전후로 횡보를 거듭했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혔다는 뜻에서 '박스피'로 불렸다.

이 근저에는 우리 경제 산업구조의 변화에 기인한다. 지난 10년간, 국내 산업군에서 IT산업은 크게 선방했으나 중공업, 화학, 조선 등 기존의 전통적인 주력 산업들은 부침이 컷기 때문이다. 

현재도 우리 나라는 IT 등 소수의 고부가가치 산업군 중심으로 우리 경제 전체를 이끌어가는 형국이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보면 더 불안한 구조로 바뀌었는데 이는 우리 경제의 불안요소로 굳어지고 있다.

2000포인트를 지켜왔던 코스피 지수는 그러나 2019년 3월, 다시 최악의 수렁으로 떨어진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세계 증시가 동시에 패닉에 빠졌기 때문이다. 

2000~2200포인트에서 횡보해왔던 코스피는 순식간에 1400포인트까지 급락했다. 이 당시 미국의 다우지수는 하루에 2000포인트가 넘게 빠지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전세계가 마이너스 경제로 돌변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거짖말처럼 코스피 지수는 빠르게 회복됐다. 이번에도 역시 시장의 반전을 이끈것은 IT섹터였다. 코로나19 공포가 시장을 무섭게 짓누르던 지난해 2분기를 지나면서 반도체 수출이 예상밖에 호조를 보였기때문이다. 비대온 온라인 중심의 언텍트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시장 여건이 더 좋아진 것이다. 

삼성전자 등 주요 IT 기업들이 전년동기대비 선방한 실적을 속속 발표하면서 코스피 시장은 코로나19의 막연한 공포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동학개미'들로 불리는 똑똑한 개미들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코스피가 폭락할때 삼성전자의 주가를 견인한 원동력은 동학개미들이었다. 놀라운 빅데이터 분석과 원할한 SNS 소통도구로 중무장힌 동학개미들은 이제 주식 시장의 주류로 대접받게 됐다. 개미들이 똑똑해질 수 있었던 것도 역시 IT인프라의 힘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 '백신' 접종이 구체화되면서 코스피 시장은 한번 더 탄력을 받게됐고, 결국 전인미답의 3000포인트에 올라선 것이다.

다만 앞으로의 시장 전개에 대해 막연한 낙관은 금물이다. 코스피 지수를 역사적으로 되짚어 보면, 전인미답의 숫자에 도달했을때마다 공교롭게도 큰 하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 수는 있으나 큰 하락에는 또 그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

시장의 심리는 언제라도 차갑게 식어버릴 수 있다. 코스피 지수 3000포인트에 올라서도 여전히 주식 시장에선 돈을 따는 사람보다 잃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어차피 숫자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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