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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나오면 암호화폐·블록체인은?

딜라이트리뷰 20.10.22 13:10
[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코로나 19가 바꾼 우리 삶의 방식 중 ‘화폐’도 있습니다. 요즘 여러 국가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실험에 나서고 있는데요, 최근 중앙은행이 공식적으로 CBDC를 발행하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지난 20일 바하마 중앙은행은 국가 주도 디지털 화폐 ‘샌드달러(Sand Dollar)’를 전국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바하마 거주민 39만 3000명은 전국 가맹점에서 샌드 달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요. 시범사업이 아니라 정식으로 CBDC가 발행된 첫 사례입니다.

시범사업은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중국입니다. 중국의 CBDC는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라고 불립니다. 최근 선전시에서는 5만명을 대상으로 소액결제용 DCEP가 지급됐는데요. 5만명은 추첨에서 당첨된 시민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신청자는 200만명에 달했습니다. 

지급된 DCEP 중 88%인 880만 위안이 이미 가맹점에서 사용됐고요. DCEP를 사용한 거래는 6만 2788건에 달합니다. 또 시민들은 지급받은 DCEP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가로 DCEP를 충전하기까지 했습니다. 선전시는 90만 1000위안(약 1억 5380만원)어치가 추가로 충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CBDC 유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CBDC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반에 CBDC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암호화폐와의 차이가 더 부각되고 있는 건데요,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CBDC가 더 많이 나온다면 일반 암호화폐는 사라질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일반 암호화폐와 CBDC의 가장 큰 차이는 중앙화 여부입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임으로 극도로 중앙화되어있는 반면, 일반적인 암호화폐들은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하죠.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중개자 없이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거래를 지원하고,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금융위기 속에서 나온 ‘화폐의 대안’으로 불립니다. CBDC와는 형태만 비슷할 뿐, 존재 이유부터 다른 것입니다. 

물론 암호화폐 중에서도 ‘결제용’으로만 나온 암호화폐들은 CBDC의 등장으로 위협 받을 수 있습니다. CBDC는 형태만 디지털일 뿐, 결제용으로 쓰이는 일반 화폐이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그렇지 않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내에서 활용되는 ‘유틸리티토큰’인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경우에는 사용처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CBDC가 등장한다고 해서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돈 아닙니다. 

아담 백(Adam Back) 블록스트림 CEO는 지난해 11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의 장점은 검열에서 자유롭고 탈중앙화되어있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중앙화된 CBDC는 사용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비트코인처럼 탈중앙화를 구현한 암호화폐는 특유의 익명성과 검열저항성 때문에 CBDC에 구애받지 않고 존재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죠. 

법정화폐와 가격이 연동되는 암호화폐, 즉 ‘스테이블코인’들이 위협 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가격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인데, 법정화폐가 디지털 형태로 나온다면 굳이 스테이블코인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의견입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들도 최근 새로운 사용처를 마련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디파이(De-fi)입니다. 디파이는 블록체인 상 스마트컨트랙트로 구동되는 금융 서비스인데요, 디파이에서 돈을 환전하거나 대출할 때 가격이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들이 활용됩니다. 디파이는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금융 서비스이기 때문에 CBDC보다는 탈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들이 더 활발히 쓰일 수 있겠죠.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는 CBDC가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이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CBDC가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것입니다. 

CBDC는 블록체인 기반 화폐가 아니라 그냥 디지털 화폐이므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다양한 시범사업에서 도입된 CBDC들은 대부분 블록체인의 분장원장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바하마의 샌드달러도 분산원장 기반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해외 중앙은행의 CBDC 추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CBDC는 용도에 따라 거액결제용과 소액결제용으로 나뉩니다. 거액결제용은 기관끼리, 소액결제용은 일반 시민도 사용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한은은 “거액, 소액 모두 원장 관리 방식으로 분산원장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구현기술을 직접 공개한 사례는 총 6건입니다. 동카리브, 스웨덴, 싱가폴, 일본-ECB, 캐나다, 태국-홍콩 등이 분산원장기술을 적용합니다. 블록체인의 활용도가 높아진 셈입니다. 

한은 역시 분산원장기술을 비롯한 CBDC 구현 시스템을 검토 중입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한은 국정감사에서 “한국의 CBDC 연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박현영 기자 블로그=블록체인을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