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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배스(Big Bath) 빅배스(Big Bass)

통신이야기 14.04.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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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배스(Big Bath)’는 새로 부임한 최고경영자(CEO)가 전임 CEO 재임기간 누적 발생한 손실을 전임 CEO 재직 기간의 회계장부에 최대한 반영해 과오를 전임 CEO에게 넘기는 것을 일컫는 회계용어다. 목욕을 해 몸에서 더러운 것을 없앤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빅배스는 잠재적 부실까지 반영해 착시효과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 전임 CEO의 부실을 강조하고 나면 현 CEO의 성과는 더 커 보인다. 또 과장된 위기는 구조조정 등 노동유연성을 높이는데 악용되기도 한다.

배스(Bass)라는 물고기가 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고기는 민물배스다. 원래 미국과 캐나다 남부 호수와 강에 사는 고기다. 1975년 팔당호에 방류된 것이 국내 배스의 첫 생태계 진입이다. 수산자원 확대가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대표적 생태계 교란 어종으로 꼽힌다. 토착어종을 무차별로 잡아먹어 씨를 말리기 때문이다.

작년 KT는 이석채 전 대표가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황창규 현 대표는 이 전 대표 사퇴 직후 CEO에 내정됐고 올 1월 정식 취임했다. 이 전 대표의 마지막 해 실적 결산은 황 대표 체제에서 이뤄졌다. 작년 KT의 첫 연간 적자가 빅배스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던 이유다.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기업 실적 개선을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물론 KT는 어느 정도 수준의 인력 조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전 직원의 71%를 대상으로 하는 명예퇴직 시행은 너무 과하다. 물론 KT는 이번 명예퇴직이 희망자에 한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이 발표는 이렇게 하고 암묵적인 강요와 부서별 할당 등으로 직원을 쳐낸다. 발표 방식도 적절치 못했다. 노조와 합의를 했다지만 직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충분치 못했다. 떠나야 하는 직원의 생계를 생각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도 꺼내기 쉽지 않은 카드다.

그 어느 때보다 장기 비전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CEO가 필요한 KT다. 이번 구조조정은 황 대표가 대표 선임 3개월 만에 침묵을 깬 첫 전략이다. 첫 전략이 구조조정이라니 실망스럽다.

KT 대표는 단기성과의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자리다. 민영기업이지만 임기를 제대로 채운 CEO가 없다. 작년 이 전 대표처럼 6년 전 이 전 대표 취임 과정에서도 남중수 전 KT 대표가 구속됐다. 임기 3년에 연임을 할 수 있지만 정권교체와 운명을 같이 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취임 1년도 채 안된 황 대표가 3년 안의 성과에 연연하는 것은 조급증이다. 이대로라면 황 대표는 또 한 명의 빅배스(Big Bass)다.

이번 구조조정이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혼자 살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황 대표는 취임 직후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며 “서로가 가족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직원을 다독이고 격려해 위기 극복을 넘어 ‘1등 KT’로 도약하는 신화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는 허언이었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