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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은 '대량파괴 무기'일까… 규제완화에 악재

통신방송 19.09.16 14:09


2003년 3월17일. 미국의 조지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공습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명분은 '이라크내에 존재하는 대량 살상(파괴) 무기의 제거'.

전세계는 긴장 상태에 빠졌다. 국제 유가와 주식 시장은 요동쳤다. 당시 이라크를 철권 통치하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대량 살상(파괴) 무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사담 후세인은 "대량 살상무기라는 것이 (이라크) 여인의 스카프에 숨겨진 바늘을 말하는 것인가"라는 문학적 표현을 동원하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냉소를 보냈다.   

전쟁을 막기위한 프랑스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3일뒤인 3월20일 미국은 영국과 함께 바그다그를 비롯한 이라크 주요 도시에 대한 공습을 일제히 개시했다. 이라크전이 발발한 것이다. 이후 40일간 진행된 전쟁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정작 미국이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던 대량살상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핵을 제외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량살상 무기'는 생화학무기 정도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대량살상 무기'는 이렇게 정의된다. 테러 단체 또는 절제와 통제력이 없는 국가가 '핵'과 같은 무기를 통제하에 두고 있는 상태 또는 상황. 즉, '대량살상 무기'는 누구의 통제하에 있느냐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진다. 같은 무기라도 테러 단체 또는 불량 국가의 관리하에 놓였다면 그것은 '대량 살상 무기'가 된다. 다분히 강대국 편의주의적인 발상이지만 힘의 논리가 그렇다.  부시 W 대통령은 이러한 불량 국가를 '악의 축'이라 지칭했었다. 

우리나라의 최대 원유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시설중 일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예멘 시아파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로인해 국제 유가가 급격하게 출렁이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일일 원유 생산량의 약 50% 정도가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우디 원유시설 피습 소식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드론'이다. 

아마도 최초로 드론을 이용한 대규모 테러로 기록될 듯 싶다. CNN 등 외신들은 이번 예맨 반군은 10대의 드론을 동원해 이날 새벽4시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아브까이끄 원유 탈황·정제 시설과 인근의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했다고 전하고 있다. 
 
물론 외신에서는 사우디 원유 생산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불길에 휩싸여 있는 장면만 나올뿐 드론 공격 직전의 화면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국가의 중요 시설에는 CCTV가 상시적으로 풀가동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드론 공격 장면이 제시될 가능성은 높다. 물론 일각에선 예맨 반군지역에서 사우디의 원유 생산시설까지 거리가 1000Km가 넘는다는 점 때문에 이번 드론 공격 시나리오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드론 기술로는 다량의 폭탄을 싣고 1000Km 비행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만약 드론에 의한 폭탄 공격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이는 '드론의 위험성' 을 상징하는 또 다른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기존의 '드론' 규제 완화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찬반논란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동안 드론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해 온 관련 산업계에서는 악재일 수 있다. 

현재 '드론'은 산업용과 일반용으로 구분되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 국가마다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상승 고도 제한, 무게 제한, 야간비행 금지, 전문자격자에 의한 조종, 항공사진 촬영시 국방부 승인 등 나름대로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러한 기존의 드론 규제 완화 논의는 기본적으로 드론을 범죄나 공공시설의 파괴행위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용자의 '선의'를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드론의 기능이 이같은 '사용자의 선의'에서 일탈된다면 문제는 순식간에 심각한 상황으로 돌변될 수 있다. 

현재 드론은 군사 방공레이더망을 통해 실시간 감시되고 있지 않으며, 엔진 출력 튜닝을 통해 무게를 초과해 비행할 수도 있다. 또한 독극물을 싣고 상수원 지역에 살포하거나 국가 주요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을 공중에서 살포함으로써 사람 뿐만 아니라 농축산물을 피폭시킬 수 있다. 2020년 하계 올림픽을 치르는 일본은 도심에서 '드론 테러'에 대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 바 있다.

즉, 드론은 그 사용자의 선의와는 무관하게 이번 사우드 공습에서 보여지듯 무시무시한 기능을 갖고 있다. 결국 앞서 언급한 대량살상무기의 경우처럼, 드론도 누구의 통제하에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위험성을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만 남게된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결코 해법을 찾기가 쉽지않은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무기의 관점에서 드론을 보자면, 비싸봐야 몇백만원에 불과한 드론은 가성비가 매우 뛰어난 혁신적인 무기다. 무인 폭격기, 사거리 1000Km 이상의 지대지 미사일, 공격용 헬기 등 그 어떤 무기도 드론의 엄청난 경제성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드론이 가진 엄청난 기능과 위험성을 원점에서 다시 설정하는 것이 생산적인 드론 규제 완화 논의를 위해서도 필요해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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