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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애플 수입금지’ 거부권, 어떻게 봐야할까…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이었다면?

디바이스세상 13.08.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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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을 지켜보며 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이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6월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1건 '348특허를 침해했다며 수입금지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거부권 행사로 무효화 됐다. USTR은 거부권 행사 이유를 “표준특허는 프랜드(FRAND)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수입금지가 미국 경제와 소비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했다”라며 “법원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문제”라고 밝혔다. 미 행정부가 ITC의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1987년 이후 처음이다.

프랜드는 표준특허는 특허사용료를 지급하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규약이다. 표준특허는 우회기술을 적용할 수 없다. 표준특허를 특허권자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표준특허권자가 사용 자체를 막거나 과도한 라이센스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특허권자의 권리남용이 된다.

미국은 표준특허 침해가 수입금지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월 법무부와 특허청은 표준특허 침해는 수입금지를 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연방무역위원회(FTC)는 특별한 경우 외에는 배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TC는 구글이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 후 모토로라의 표준특허로 애플 제품 수입금지를 신청했지만 기각했다. 오바마 정부의 기조는 표준특허권자의 과도한 권리행사를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너무 성급했다. 지금으로서는 향후 표준특허권자의 권리를 ‘기술기업’이라는 명예에 한정짓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허전문블로그 포스페이턴트(www.fosspatents.com) 운영자 플로리안 뮐러는 대표적 프랜드 옹호론자다. 그는 5일 <South Korean government fails to distinguish between standard-essential and other patents>라는 글을 통해 한국 정부와 언론이 이번 결정을 보호무역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필자가 봤을 때 그는 표준특허권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간과하는 면이 있다.

물론 삼성전자 역시 표준특허 때문에 ITC에 계류 중인 소송이 있다. 바로 에릭슨과 인터디지털 등과의 분쟁이다. 퀄컴과는 표준특허에 대한 상호특허교환(크로스 라이센스)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번 판결로 이런 소송과 계약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그냥 특허를 쓰고 추후 사업 결과에 따라 최소 비용만 배상금으로 지급하면 된다.

굳이 자신의 기술을 표준으로 제정하도록 추진할 이유도 없어진다. 표준특허는 인정을 받지 못하지만 상용특허는 부르는 것이 값이다. 기술을 표준화 해 공개하는 것보다 나만 쓰도록 지키는 것이 이익인데 표준특허가 무슨 소용일까. 국제 표준화 시키는 것보다 산업을 이끄는 기업끼리 특허를 공유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결정 이전에 전체 특허권자에 대한 권리에 제약을 건다든지 미국 내 표준특허 보유 기업 퀄컴이나 인텔 또는 여러 특허전문기업의 라이센스 비용을 계량화 하든지 등의 조치가 필요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이었어도 이번 거부권 행사는 표준특허에 대한 당장 이런 논쟁을 수반한다. 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이 아니어서 거부권 행사가 이뤄졌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자국 기업의 유불리와 업종에 따라 판결이 변하면 미국 시장 공략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결국 미국 정부가 이번 일의 후폭풍을 수습하는 길은 표준특허뿐 아니라 전체 특허권에 대한 조속한 재정비뿐이다. 현재 진행 중인 특허소송 일체의 심리 중단과 이런 조치가 수반된다면 미국이 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 확실해 질 것이다. 수반되지 않는다면 우려하는 상황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