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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 … 미처 IT가 잡아내지 못하는 간극

통신방송 20.04.04 21:04

 


최근 한 지인은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눈코 뜰새없이 분주한 교육계의 생생한 소식을 전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걱정까지 더해져 현장의 교사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다.


그래도 다행히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는 전언이다. 다음은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매우 흥미로웠던 얘기들중 하나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최근 경기도 소재 일반 고교(남녀공학)에 재직하는 한 교사는 최근 쌍방향 수업을 위한 리허설이 가졌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SNS로 연락해 접속시간을 통지했고, 약속된 시간에 맞춰 모니터를 켰다. 화질은 괜찮은지 음성은 잘 전달되는지 네트워크는 안정적인지. 

전원을 켜자 모니터 화면속에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니터 화면 빼곡하게 차 있어야할 학생들 중 일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연락을 받았지만 미처 제시간에 접속하지 못한 학생도 있었지만 접속을 했어도 웹캠을 돌려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학생들도 일부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다양했다.


'선생님 화장을 아직 못했어요. 죄송해요'. '제 얼굴이 (친구들한테) 이상하게 비쳐질까봐 신경쓰여요', '제 얼굴이 모니터에 뜨니까 집중이 안되는 거 같아요'


학생들 한명 한명과 아이컨텍을 하고 싶었던 교사는 학생들이 웹캠을 정면으로 주시하고, 얼굴이 나오게 하도록 다그치지 못했다고 한다. 


외모에 예민한 나이의 학생들 입장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고 생각됐기때문이다. 해당 교사는 온라인 수업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학생들의 행동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었는데 리허설로 인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남들에게는 사소하게 보이는 일(?)이겠지만 그 또래들에게는 충분히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최첨단의 쌍방향 스트리밍 SW와 웹캠을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온라인 공간으로 교실을 그대로 옮겨올 수 있고,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던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이었을까. 아무리 최첨단 IT기술을 준비했더라도 보이지않는 2인치는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쌍방향 온라인 수업외에도 학생이 편안한 시간에 접속해 강의를 듣고 교사와 피드백을 주고 받는 EBS 온라인 클래스 등 대체 수단들이 제시되고 있기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이는 기술의 문제 또는 오류와 관계없는 얘기다. 온라인 수업 과정에서 기술이 미처 잡아내지 못한 문화적 문제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민원이 아예 나오지 않을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 수업 정책을 입안하는 데 있어 많은 것들을 세심하게 살펴봐야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정부가 4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또 다시 2주간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제 '온라인 개학'을 넘어 '온라인 학기'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올해 수능을 치러야하는 고3 학생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심한 대책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국민들은 특히 교육에 민감하다. 온라인으로 전화되는 학교생활, 정부가 이 과정을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느냐가 코로나19 방역 만큼이나 중요해 졌다. 


코로라19 전선에서 사투를 벌여온 의료진들의 헌신에 이어 이번에는 교육계와 일선 교사들의 역할이 막중해진 것이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미묘한 간극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1차적으로 치유하고, 백년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는 역시 교사들이다. 이번에는 그들을 격려하고 응원해야할 시점이다.   


온라인 개학에 앞서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디지털장비의 보급과 네트워크의 안정성 확보 등 눈에 보이는 기술적인 문제는 마스크 대란을 해소했듯이 우리의 국력이라면 쉽게 해소될 것이란 믿음을 갖는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 눈눞이에서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문화적 배려까기 고려할 수 있다면 교육계 전반에 미치고 있는 코로나19의 충격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무리 잘 준비해도 온라인이라는 한계는 여전히 극복하기 쉽지않은 문제이다. 일상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진행됐던 오프라인 수업의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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