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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재배기와 맥주제조기의 공통점은?

딜라이트리뷰 20.12.09 12:12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가전 제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요즘입니다. 그중 새롭게 주목받은 제품 중 하나는 식물재배기입니다. 

 

국내에선 렌털업체 웰스가 일찌감치 제품을 출시하며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식물재배기가 생소한 존재이지만 내년엔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LG전자와 SK매직 등 대기업이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LG전자는 연내 출시를 목적으로 뒀는데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만큼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연기됐다고 하네요. 

 

식물재배기는 누구나 쉽게 집안에서 채소를 키울 수 있도록 복잡한 재배과정을 자동화한 제품입니다. 일반 마트에서 구하기 어려운 기능성 채소들을 집에서 안전하고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죠. 식물재배기 작동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식물 모종을 넣으면 재배기가 알아서 온도·습도 등을 조절해줍니다. 

 

가끔 “식물재배기를 키우면 벌레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는데요, 재배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웰스의 경우 이 부분은 안심해도 된다고 답했습니다. 모종을 무균실에서 키울 뿐 아니라 수경재배 방식에 영양소를 주는 방식이라 흙을 만질 일이 거의 없거든요. 단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달려 있다 보니 식물 수확을 위해 뚜껑을 열고 닫을 때 외부에서 유입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식물재배기는 편리하지만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식물을 심고 나서 최소 1~2주는 기다려야 하죠. 실제 식물재배기를 사용해본 사람 중엔 양 조절에 있어 시행착오를 겪기도 합니다. 정작 채소가 필요할 땐 성장이 아직 덜 돼 있거나 너무 많이 자라서 처치 곤란을 겪는 사례도 있습니다. 식물이 자라는 일정에 식단을 맞춰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최근 배송이 발전해 쌈채소 등 소량 신선식품도 빠르게 받아볼 수 있게 돼 ‘그냥 먹고 싶을 때마다 사먹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불편한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물재배기를 찾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길어진 ‘집콕’ 생활로 생긴 코로나 블루를 홈 가드닝으로 치유하기도 하고, 지난 5월엔 시중 판매 중인 새싹보리에서 중금속과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기르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안전하게 먹고 싶다는 수요가 식물재배기를 찾는 셈이죠.

 

이쯤 되니 떠오르는 제품이 하나 있습니다. LG전자 수제맥주제조기 ‘홈브루’입니다. 맥주를 제조하고 이를 마시기까지 약 열흘을 기다려야 합니다. 몇 명이 얼마나 마시느냐에 따라 양 조절도 필요할 겁니다. 수제맥주도 배달이 되는 시대이지만 맛·거품 등을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등 과정의 재미를 위해 홈브루를 구매하는 수제맥주 애호가들이 있는 거죠. 

 

식물재배기는 홈브루처럼 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하기보단 ‘기다림’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찾게 될 제품입니다. 즉 자신만의 취미가 확고하거나 자신이 직접 만든 가장 신선한 제품을 찾는 마니아층이 구매한다는 건데요. 사실 이 경우 시장이 작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LG전자나 SK매직은 경쟁업체로 뛰어들면서 동시에 식물재배기 인지도를 높이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구매 요인을 만들어 내는게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식물재배기와 홈브루는 차이점도 있습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인지도가 낮아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가용 비용 범위가 크지 않습니다. 홈브루의 경우 지난 7월 기존 가격(399만원)의 절반 수준인 199만원짜리 제품을 출시하자 7~8월 전년대비 판매량이 50% 증가했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죠. 

 

식물재배기는 기기를 판매하기보다 식물 모종을 정기구독 하는 형태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웰스가 현재도 진행하는 방식인데요, 월 단위로 모종 구매비용을 결제하면 사실상 기기는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있죠. 식물재배기는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제2의 홈브루가 될까요? 아니면 구독경제를 이끄는 슬로우푸드 대표 아이템이 될까요? 내년 식물재배기를 출시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기대됩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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