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만든 핀테크 합작법인 ‘핀크’가 또 다시 암초를 만났다.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마이데이터 시장 진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탓이다. 현재 진행 중인 마이데이터 허가와 관련해 핀크의 대주주인 하나금융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걸리면서 핀크도 마이데이터 인가를 당분간 받지 못하게 됐다.
 

현재 진행중인 자산조회 서비스 제공도 중단된다. 자산조회를 위해선 봇이 자동으로 금융사나 기관에 산재해 있는 고객의 정보를 가져오는 ‘스크래핑’ 방식이 이용됐는데 2월부터는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사업자만 타 금융사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스크래핑 방식으로 더 이상 서비스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핀크가 출범 이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핀크는 출범 당시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이 만나 생활금융플랫폼을 지향하는 디지털 금융 합작회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 합작사인 관계로 은행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은행 간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펌뱅킹’을 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커 온 토스와 비교하면 이 점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토스도 서비스 초기 각 은행들과 펌뱅킹 계약을 맺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토스의 경우 은행과 독립적인 서비스라는 점에서 그나마 진입의 벽이 낮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핀크의 경우 하나은행 등을 업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은행들이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상황은 오픈뱅킹이 지난해 본격화되면서 변했다. 은행과 별도의 계약 없이도 오픈 API를 통해 모든 은행 계좌 정보와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핀크가 꿈꾸던 생활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전략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핀크의 생활금융플랫폼 사업자로서의 또 하나의 축인 마이데이터 라이선스까지 확보하게 되면 핀크가 지향하던 미니뱅크, 챌린저 뱅크로서의 역할이 보다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하나금융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핀크는 또 다시 사업 타이밍을 한 박자 놓치게 됐다. 출범 초기 은행과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하며 3년여간 절차부심해야 했던 과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동일한 상황에 놓였던 네이버 파이낸셜이 대주주였던 미래에셋대우의 지분 조정으로 대주주 위치에서 벗어나며 상황을 해결했던 것과 달리 핀크의 경우 하나금융와 SK텔레콤의 합작회사라는 점에서 지분 조정이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키움증권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바 있지만 한차례 탈락한 이후 핀크를 통해 금융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한바 있다. 디지털 금융시장 진입을 위한 유일한 끈인 핀크에 대한 지배력을 낮추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핀크는 마이데이터 사업 라이선스 획득을 통해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서 거듭난다는 전략도 당분간은 수정이 불가피해보인다. 

권영탁 핀크 대표는 지난해 3월 기자와 만나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되면 굳이 뱅크가 필요없다. 단정하긴 이르지만 힘들게 뱅크 라이선스를 따서 규제 아래에서 활동하기 보다는 IT를 통한 미니뱅크, 챌린저뱅크로의 기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실제 핀크는 오픈뱅킹에 이어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확보하게 되면 데이터를 금융사부터 가져와 생활금융플랫폼으로서의 전 과정을 완결하는 토털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확보를 전제로 데이터 전문 인력도 확충해 왔다. 특히 금융당국이 전자금융법 개정을 통해 전자금융사업자도 소액 여신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챌린저 뱅크로서의 역할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복안이었다.


결국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서 핀크가 거듭나기 위해선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금융위원회가 신규 인·허가 및 대주주 변경 승인 시 운영되고 있는 심사중단제도에 대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서 기회는 아직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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