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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는 가정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바꿨나?

통신방송 20.12.22 07:12
“가난한 사람들은 저런 작은 아파트에 사는구나”

지난 11월 할리우드 배우 루카스 게이지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오디션을 보기 위해 준비하던 중 화면에 보이지 않는 상대방이 “가난한 사람들은 저런 작은 아파트에 사는구나”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 경험을 트위터에 공유했다.

게이지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나도 이 아파트가 형편없다는 걸 안다. 그러니 제게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에 감독은 음소거를 누르지 않은 것을 깨달았는지 당황한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이 이야기는 언론에 소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불러온 새로운 현상이다. 기업의 채용에서부터 회의, 그리고 배우의 오디션에 이르기까지 비대면으로 이뤄지다보니 어느덧 가정이 업무환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업무에 최적화된 사무실을 벗어나 가정으로 업무환경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시행착오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업무 영역이 사적 공간인 가정으로 확대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양산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화상회의를 통한 비대면회의가 일상이 되면서 회의에 참여하는 기업 구성원들은 ‘배경’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가정에서의 화상회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개인적인 공간을 상대방에 일부 노출할 수 밖에 없다.

한 외국계 IT기업의 직원은 “화상회의를 이용할 때 배경을 CG로 합성해 바닷가라 던지, 우주 라 던지 공간을 표현하는 기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시 뒷벽이 지저분 하거나 별도의 방이 없는 경우 사용한다는 얘기를 구성원들끼리 종종한다”고 얘기했다. 

실제 최근 만난 또 다른 IT기업 관계자는 서재에 한 쪽 면에만 새로 도배를 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5명에서 40명까지 하나의 화상회의에서 접하게 되는데 서로 마주보는 공간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재택근무가 길어질 것으로 보여 아예 화상회의 룸을 꾸며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가정에서 업무를 할 때 사무실만큼의 업무가 안 되는 이유로 사무용품 등의 구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문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자의 경우 직원들이 가지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2주 했는데 사무실 의자가 정말 편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아무래도 집에서는 인테리어를 중시하다보니 기능은 등한시 했는데 이번에 새로 구매하려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한 빅테크 기업은 직원들의 재택근무 지원을 위해 ‘허먼밀러’라는 고가의 의자 브랜드를 공동구매해 지급하기도 했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저렴하게 공동구매를 진행하자 물량이 100% 완판 됐다는 후문이다. 당초 4월 중 보급이 예정돼 있었지만 물량 폭증과 중국의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로 올 하반기 인도된 것으로 전해진다.

모바일 솔루션 기업 유라클은 최근 회사 송년회를 랜선파티로 진행했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각 가정에서 서로 화면을 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식이다. 각 가정에서 음식 및 음료를 준비하는 비용은 회사에서 회식비 명목으로 지급됐다. 프로젝트에 나가 오프라인 송년회에 참석하기 어려웠던 직원들도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었기 때문에 156명 참석, 93%라는 굉장히 높은 참석률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이제는 집이 업무의 공간인 동시에 회식까지 진행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뮤지컬,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가 TV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청객 시스템까지 온라인 방청객으로 전환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업무에서 문화생활도 집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코리빙(공유주거) 하우스 커먼타운의 운영사인 리베토(Libeto)는 ‘포스트 코로나 2020 주거 공간이 주목해야 할 방향성’ 보고서를 통해 "팬데믹에 의해 재택근무와 비대면 네트워킹이 보편화되고, 집과 업무공간이 일치하는 ‘직주일치’ 생활이 확산됐다. 이로 인해 기존 주거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인 업무 공간으로 만들지 중요해졌다. 동시에 개인이 느끼는 고립감과 기존 주거 공간을 재구성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이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고 밝혀기도 했다. 

집이 사무공간으로 진화하면서 회사로선 직원들의 소속감을 어떻게 고양할 지 업무 능률을 어떻게 향상시킬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매일 회사 탕비실에서 내려먹던 커피 한잔이 그렇게 그리울 수 가 없다"는 한 IT업체 관계자의 말도 기억 난다. 비슷한 얘기로 회사에서 나오던 부식 등 일부 복지를 재택근무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여러모로 사무공간의 변화와 이에 대한 기업의 지원정책, 그리고 개인공간과 사무공간의 구분과 융합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