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오는 하반기 간편결제·송금, 계좌기반의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금융 플랫폼 육성을 위해 ‘종합지급결제사업자’와 ‘마이페이먼트(MyPayment)’를 도입한다. 여기에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데이터 3법에 따라 마이데이터, 전문·특화 신용조회회사 등 데이터 신산업 창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는 불과 몇 년 전까지도 가능 여부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국내 금융사와 스타트업 등에게 혁신적인 조침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정책당국이 지켜주는 금융에서 열리는 금융으로 전환되는 시발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처음 개척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치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단일 라이선스로 모든 전자금융업을 영위하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등장하고 자금을 보유하지 않고 금융기관에 지급지시만 하는 마이페이먼트도 가능해진다. 비은행 금융회사에도 지급결제계좌를 발급할 수 있고 계좌 없이도 핀테크 기업이 은행에 결제 서비스를 지시할 수 있게 된다.

금융서비스가 사실상 개방되는 셈인데 한편에선 또 다른 빅브라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만난 핀크 권영탁 대표는 “금융사의 데이터만 오픈할 것이 아니라 포털 등 거대 ICT 기업의 데이터도 오픈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금융 산업에서의 마이데이터 정책은 잘 되고 있다. 유럽은 계좌 영역만 열고 있는데 우리는 계좌나 카드 뿐만 아니라 대출, 투자, 보험, 증권 다 열려고 한다. 데이터 양이 많을수록 혁신의 파괴력이 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4월 초부터 금융위 및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중 상호 연계ㆍ융복합한 4400만 건의 금융공공데이터를 오픈 API 형태로 외부에 개방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권 대표는 “산업 간의 데이터 이동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마이데이터 시대에 카카오, 네이버가 잘 할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도 카카오는 커뮤니티의 강자고 네이버는 포털의 강자다. 그런데 자기들의 데이터는 오픈하지 않으며 금융사의 데이터를 가져가는 것은 비대칭적이다. ‘열거면 다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라이선스 기반의 금융산업과 달리 일반 기업의 데이터를 오픈하라고 하는 것은 상당한 협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은산분리와 같다. 은산분리는 산업이 금융으로 전이되면 안 된다는 것인데 지금은 과거처럼 산업과 금융영역만 나눠서 은산분리를 얘기할 것이 아니다. 이미 각자의 산업에서 파급력이 있는 기업이 있다. 이들이 마이데이터를 쓸어 담기 시작하면 주요 플레이어들의 경쟁력이 그대로 금융업에 전이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지만 보안 시스템과 관련해서 핀테크 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규제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핀테크 사업자 등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금융사 수준의 정보보안 시스템과 정보보안 관련 인증 등을 금융당국은 요구하고 있다. 

또, 시민단체 등에서도 마이데이터 정책으로 인해 개인의 데이터가 오남용되는 문제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정보 공개와 정보 보안은 서로 양립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다만 핀테크 업체들은 보안에 대해 유연성 있는 적용을 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권 대표는 이에 대해 “금융당국에서 보안규격, 가이드라인을 맞춰주고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플레이어들이 100%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며 다소 강한 보안 준수에 힘을 실었다. 

이는 권 대표 본인이 겪은 경험에 따른 생각이라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2012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있었을 때 당시 고객정보가 유출됐던 카드사 중 한 곳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당시만 하더라도 노트북으로 외부망, 내부망을 번갈아가며 사용했던 때다. 그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이 안돌아갔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돼 사고가 터졌다. 마이데이터에서 도 이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단기적으로 망분리 완화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러다가 사고라도 터지면 또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게 걱정이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오픈뱅킹 인프라에서 서비스 허브 역할을 금융결제원이 수행하고 있는데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있어서도 금결원과 같은 허브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대표는 “예전에는 핀테크사업자가 일일이 은행을 쫒아 다니며 계약해야 하는데 오픈뱅킹에 있어선 금결원이 역할을 잘 수행해줬다. 이를 교훈삼아 마이데이터도 데이터 허브 역할 사업자가 있어야 한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선진국보다 우리가 늦어진 편인데 또 각각의 플레이어 쫓아다니며 개별 API 계약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인된 신뢰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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