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최고 임원회의에서 클라우드로 가야 하지 않겠냐는 논의가 진행됐다. 금융사가 클라우드에 대해 관심 없어 보일수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활발한 논의가 있다. 다만 실제 도입에 나선다고 하면 풀어야할 숙제가 너무 많다”

최근 만난 한 시중은행 IT부서 관계자의 전언이다. 금융권의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표면적으로는 금융사의 클라우드 도입이 가능해졌다. 실제 최근들어 우리금융이, 내년부터 그룹IT 공동 클라우드로 전환하기로 했으며 NH농협은행도 프라이빗 기반의 PaaS 구축에 나서는 등 금융그룹 차원의 클라우드 전환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클라우드 전환은 탑다운 형태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으로 진행되는 추세다. 이를 실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IT부서 입장에선 규제 완화 이외에도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현업에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하면 IT부서에서 장비를 구매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제공하는 모델이었다. 여기에 대한 노하우는 충분하다. 클라우드 시대가 오면서 현업에서 클라우드로 시스템 구성을 해달라고 한다. 사실 IT부서도 클라우드에 대해 잘 모른다. 결국 AWS나 KT 등 전문업체를 불러서 이러 이러한 업무가 가능하냐고 묻는데 이들은 모두 다 된다고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업무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난제가 생긴다. DB는 어떻게 구성할지,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설치 등이 문제다.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도 국내의 독특한 은행 시스템을 클라우드에 올려 본 경험이 없다. 안정성이 우선인 금융 시스템을 다루는 입장에서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클라우드를 요구하는 현업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현업의 경우 그동안 시스템 구성과 설치를 IT부서에 요구하면 알아서 해줬는데 클라우드는 현업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클라우드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하라고 하면 부담스러워 한다. 외국의 경우 클라우드 컨설팅 업체들이 오랜 시장 영업을 해 경험이 있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관련 인프라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클라우드는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경영 과제는 물론 빠르게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해선 클라우드 기반의 애자일 조직과 인프라에 있어 데브옵스 환경 구축이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금융사의 보안부서의 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은행 보안담당자는 “현업 입장에서 그동안 IT부서에서 모두 해주던 것을 스스로 찾고 선택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현업에서 클라우드를 도입한다고 할 때 은행에 가장 먼저 문의하는 부서가 보안부서일 수 밖에 없다. 결국 클라우드도 핵심이 보안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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