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상장 후 사업 추진 방향 및 전략에 대해 밝혔다.  

지난해 IT서비스업계에선 롯데정보통신, 아시아나IDT 등이 상장에 나서는 등 최근 IT서비스 대기업의 상장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현대오토에버의 기업 설명회에선 이전과는 다른 메시지가 많이 나와 주목됐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이 상장할 때 항상 받는 질문이 그룹 내부거래에 대한 비중과 상장 후 끌어 모은 자금이 어디로 흘러갈지의 여부다. 사실상 최근의 IT서비스 대기업의 상장은 대기업 그룹의 지분 구조 재정립과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검토돼 온 것이 사실이다. 또 업계에선 고질적인 IT서비스대기업의 문제였던 그룹사 물량에 기댄 매출구조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롯데정보통신, 아시아나IDT 모두 이런 점에선 마찬가지였다. 이들 모두 기업설명회를 통해 강점으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그룹사의 IT투자 증가에 의한 매출 증대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화두가 기업 전반을 휩쓸면서 이 시장에서 새로운 매출을 거두겠다는 것이 IT서비스업체들의 일반적인 전략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장을 앞둔 IT서비스업체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 이러한 그룹사 내부물량으로 인한 안정적 매출이라고 한다. 실제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 등에선 이러한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다만 언론사 대상 행사에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내부 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언론 앞에서 그룹사 물량을 바탕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메시지를 정면으로 던지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물론 이와 더불어 대외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전략도 반드시 내세운다. 지분구조가 정리돼 그룹 오너와의 연결점은 낮추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그룹 내 매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IT서비스 기업의 경쟁력을 올리는 데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IT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대외 시장 개척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선보인다. 

하지만 현대오토에버는 처음부터 외부 사업에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새로웠다. 기업설명회에서 오일석 현대오토에버 대표는 “5년간 현대차그룹이 ICT분야에 45조원의 비용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서 나오는 ICT 사업에 대응하기도 바쁘다”라는 취지의 말을 꺼냈다. 

기업 내부에서 현대오토에버의 ICT 역량을 원하고 있고 여기에 대응하기도 현재로선 벅차다는 반응이다. 정리하자면 내부에도 처리할 일이 많은데 굳이 밖으로 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자제하겠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그룹 내 ICT 전략 및 실행의 주인공으로서 내세운 ‘원 IT(One-IT)’ 전략도 흥미롭다. 정리하자면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IT인력을 현대오토에버로 모으고 한편으로 그룹이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사자원관리(ERP), IT서비스관리(ITSM) 등 개별적으로 구축해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얘기인데 각 계열사별로 특화된 사업 영역에서 통합된 하나의 시스템을 가져갈 수 있는지 가능할지가 우선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대오토에버는 ERP와 같은 경우 운영인력부터 통합해 나가겠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원 IT전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통합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다양한 업무 요건과 복잡한 계정 등을 맞추기 위해 시도됐던 통신사들의 ERP, 판매채널시스템 등이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실제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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