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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디지털부서, ICT기업 사무실 따라하기 나서는 이유?

통신방송 19.01.23 08:01


디지털 혁신을 화두로 세운 금융사들이 IT기업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이 올해 경영목표를 글로벌 개척 및 디지털 기업으로의 혁신을 내세운 가운데 실질적인 기반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IT기업과 비슷한 업무 환경 구축을 통해 금융업이라는 틀을 깨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손태승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을 우리은행 본점 사옥 건너편 별도 빌딩으로 이전시켰다. 디지털 회사처럼 분위기, 복장, 사무실 레이아웃 등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우리은행 본점 건너편 남산센트럴타워 빌딩으로 사무 공간을 옮겼다. 여기에는 135명의 직원이 업무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들의 업무 환경을 IT기업처럼 만들고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통해 기존 금융사의 틀을 벗어나 유연한 사고와 업무 방식을 지향하겠다는 전략이다. 

광주은행도 디지털부서의 업무 환경을 스마트 오피스 형태로 전환하기 위해 본사 건물 14층을 시범케이스로 레이아웃 변경 등을 검토 중이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14층에 디지털부서와 영업부서가 있는데 일하는 자세를 변화시키기 위해 IT기업과 같은 레이아웃을 검토 중”이라며 “향후 결과를 보고 다른 층으로 확대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도 양재동 데이터센터를 디지털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내부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오는 4월 출범하게 될 정보기술센터는 농협금융그룹의 디지털 관련 인력 및 R&D 센터가 될 전망이다. 외부에서의 인재 영입이 가속화되는 만큼 금융사라기보다는 디지털 전문기업으로서의 이미지 부각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들 금융사들이 사무실 레이아웃 변경을 통해 기존 금융사의 사무공간을 탈피해 구글, MS 등 글로벌 ICT기업의 업무 환경을 구현하려는 것은 금융사 위주의 사고방식과 업무 프로세스로는 핀테크 등 새로운 도전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실제 금융사들은 최근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다양한 IT신기술을 금융서비스에 접목하기 위해 외부 인재 및 개발자 모집에 적극 나서 왔다. 하지만 실제 인력 수급은 금융사의 기대만큼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어차피 빅데이터 등 IT신기술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금융사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 등 다변화되어 있어 전문 인력 입장에서는 골라서 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최근 스타트업들이 공유 오피스를 사무실로 선호하고 있는 이유도 사실 개방형 사무실이 주는 ‘자유로움’에 기대고 있다. 한 스타트업 인사 담당자는 “공유 오피스의 임대료가 일반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 보다 비싼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직원들이 사무환경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회사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옮기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만난 한 금융사의 디지털 전략팀 관계자는 “디지털 전략부서 내부에 맥주 등 주류도 구비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업무가 가능한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실제 업무 중 음주를 하는 경우는 없지만 우리는 이만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다는 일종의 상징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금융사의 업무 이미지는 자유로움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여의도 금융 넥타이 부대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던 것처럼 일반적인 개발자나 직장인에게 금융권은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금융권의 디지털 부서를 중심으로 한 ICT기업과 같은 사무환경 변화는 내부적으로는 금융사의 틀을 깨려는 시도와 외부적으로는 보수적으로 금융사를 바라보는 잠재적인 미래 인재들에 대한 보여주기가 강하다고 보여 진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전체 업무 환경으로 번질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