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증권사의 온라인 담당 임원은 고객의 소리를 듣기 위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재설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실현시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검토되고 있지만 일부는 금융사 관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성공하기 위해선 고객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임원 역시 고객 관점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임원은 “1년간 고객 불만이 수집되는 데이터를 살펴보면 의미 있는 고객의 아이디어가 접수되는 것이 1-2건이 안된다”며 “VOC(Voice of Customer)이 주로 불만을 제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서비스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 생명보험사의 디지털 전략 담당자도 고객의 소리를 듣는데 열중하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 등 SNS 채널을 통해 고객의 불만사항을 접수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일이 프린터 해 사무실에 붙여놓고 개선안을 도출하고 있다. 

금융권이 고객 관점의 서비스 개선과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그동안 일방통행으로 이뤄진 금융서비스를 고객 관점에서 혁신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금융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과도 맞아 떨어진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기존 서비스를 IT와 접목해 혁신하고 파괴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혁신의 키워드는 조직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의외로 금융사와 고객과의 접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콜센터로 대표되는 VOC는 고객 불만을 처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아이디어 접수 창구로는 큰 효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SNS 채널이 일부에서 활용되고 있긴 하지만 금융권의 SNS 역시 고객 불만이나 비정기적인 이벤트 창구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 

신한은행은 최근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 분석 솔루션 구축에 나섰다. 고객 여정이라는 말이 쉽게 와 닿지는 않는데 쉽게 말해 기업의 웹이나 앱에 접속해서 고객이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 분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한은행은 고객이동경로 분석 솔루션 도입을 통해 ▲분석 데이터 구성 ▲경로/패턴 분석 등 빅데이터 분석 기능 ▲분석 결과 시각화 ▲고객이동경로 및 연계분석(Pilot 과제) 수행에 나선다.  

금융사는 물론 기업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고객이 자신들의 웹이나 앱에 접속해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다. 최근 앱이나 웹에서 보여지는 정보가 예전에는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반드시 필요한 정보만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케이뱅크가 선보인 뱅킹 앱 2.0이 로그인 후 보이는 메인화면에서는 입출금통장의 잔액과 함께 체크카드 내용 등 꼭 필요한 정보만 노출되도록 했으며 이체 프로세스도 간소화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인 것과 같음 맥락이다. 

앱에서의 프로세스가 간소화된다 하더라도 금융사의 앱은 최소한 복수의 서비스가 담겨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고객이 어떤 콘텐츠를 보고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콘텐츠에 얼마나 머무르는 지 등을 분석하면 금융사는 앱에서 특정 기능을 덜어내고 핵심 기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금융권에선 고객이 원하는 바를 인지하고 이를 서비스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화두는 기업 스스로의 혁신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고객의 목소리를 누가 먼저 듣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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