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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문과 특허를 총 72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7조9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부정적인 듯 하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3.1%인 노키아와 스마트폰 OS별 시장 점유율이 3.7%에 불과한 MS가 합쳐봐야 의미가 없다는 의견과 합쳐서 뭐라도 도모해보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이렇게 빨리 전 세계적으로 파급력을 가지면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거의 없었듯 급변하는 IT시장에서 오히려 너무 ‘늦었다는 평가’는 위험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MS와 노키아의 물리적 결합은 얻어낼 것과 만들어낼 것이 많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노키아가 아프리카 등 저성장 국가를 기반으로 저가폰을 대량으로 팔아 수익을 내다가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락에 빠져들어간 것을 보며 노키아의 한계를 예단하는 경우다.

사실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에서 ‘혁신’에선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기업이다. 2000년대 ‘Nokia 9000’ 등 최초의 스마트폰을 이미 개발했으며 최초의 게임폰인 ‘엔게이지(N-Gage)’를 선보이는 등 업계의 맏형으로서 항상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는 이러한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패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제품 자체의 완성도 문제, 시기의 문제 등이 엮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노키아가스마트폰, 게임폰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콘텐츠 플랫폼 운영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키아는 2006년에 디지털 음악공업체인 ‘라우드아이(Loudeye)’를 인수했고 2007년에는 모바일 소셜네트워킹 업체인 ‘트왕고(Twango)’를 인수하는 등 디지털 콘텐츠와 SNS 부분에서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다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하드웨어는 항상 문제점을 도출해 왔는데 이는 노키아의 심플한 디자인 전략, 다시 말해 다품종 대량생산에 적합한 ‘원 플랫폼 멀티 프로덕트’ 전략에 기인한다고 본다.

제품의 생산단가에는 금형이 차지하는 부분이 가장 크다. 때문에 외형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내부 부품을 표준화하면 그만큼 생산비용은 절감된다. 노키아가 잘 나갔을 때 막강한 구매능력과 부품 및 금형 표준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했다. 그리고 이것이 노키아 경쟁력의 근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그야말로 ‘인치(Inch)’ 전쟁에 휩싸여 있으며 부품 및 금형 표준화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노키아는 자사의 경쟁력을 그리 쉽게 놓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노키아가 앞서 선보인 스마트폰과 게임폰 모두 디자인만 봐서는 선뜻 손이 가지는 않는 형태다.

운영체제 전략도 비판의 대상이다. 심비안 등 독자 OS 노선만 추구하다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인데 독자 OS를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의 꿈이다. 삼성전자가 왜 ‘타이젠’에 목말라 하겠는가. 단지 당시 애플의 IOS에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의 완성도가 문제였다.

그리고 이러한 운영체제에 대한 약점을 MS가 보완할수 있으리란 것이 노키아의 전략이었고 현재로선 실패라는 평가다.

MS로 돌아가보자. MS의 윈도폰 운영체제는 시장에서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사용자 경험면에서 아직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럼 MS의 윈도폰, 그리고 윈도8. 8.1도 대표되는 운영체제는 여기서 끝나고 말 것인가.

사실 MS의 운영체제는 그동안 실패와 성공을 반복해왔다. 윈도XP로 시장을 석권했다면 ‘윈도ME’, ‘윈도 비스타’ 등 흑역사를 MS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MS의 저력은 언제든지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는 자본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사활을 건 제품이 실패해도 쌓아놓은 돈이 많으니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렇게 운영체제를 개발해도 이를 설치할 제품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따라서 MS로선 안드로이드 진영과 연이 없는 노키아야 말로 강력한 우군이며 하나 남은 동아줄(?)이다.

그리고 SW와 OS의 개발능력에 있어 노키아보다는 MS가 훨씬 나을 수밖에 없다.

노키아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3.1%, 스마트폰 OS별 시장 점유율이 3.7%인 MS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성장의 가능성이 크다. 점유율이야 이제 빼앗아 오면 되는 것이고 막말로 이 둘은 잃을게 없다.

MS가 노키아를 인수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또 있다.

MS가 직접 나선 태블릿 시장에선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하드웨어 제조업체로서 MS는 어떠한가? 개인적으로 중상(中上) 이상은 된다고 본다. 물론 중간 중간 MP3 플레이어 ‘준’과 같은 괴작이 있긴 하지만 MS의 PC 액세서리 제품의 완성도와 디자인은 업계에서도 인정받는다.

엑스박스(XBOX)는 또 어떤가? MS가 엑스박스를 통해 가정용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욕심을 부려왔던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다만 이 시장은 소니라는 강자의 도전을 꾸준히 받고 있다.

공교롭게 양사의 차세대 게임기는 거의 동시에 선을 보일 예정이다. 또 한차례의 진검승부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MS의ㅣ 차세대 게임기인 ‘엑스박스 원’은 이를 지원해줄 휴대용 게임기가 없다. 경쟁사인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3에 자사 휴대용 게임기인 ‘PS VITA’의 연동을 가능하게 하고 심지어 출시에 맞춰 ‘PS VITA’를 결합상품으로 제공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과 비교하면 일정 부분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한편 MS는 스마트폰에 자사의 엑스박스(XBOX)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중요한 포인트로 생각한다. 윈도폰에서도 주요한 기능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엑스박스 서비스다. 하지만 그동안 별다른 성과를 거둬내진 못했다.

하지만 노키아 인수를 통해 적어도 스마트폰 기반의 엑스박스 원 지원 디바이스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엔게이지라는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게임폰 개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노키아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용 시장의 경우는 어떨까. MS 오피스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아이폰,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사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지만 데스크톱 환경에서의 사용성에 비하면 모바일 MS 오피스는 보조재에 불과하다.

지금은 시장에서의 영광을 잃어버렸지만 림의 ‘블랙베리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용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가 컸다. 실제 사용자 UI도 SNS 등 개인적인 기능보다는 업무하는데 편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블랙베리는 전문직 종사자의 상징과도 같았다.

최근 BYOD라고 해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업무환경에서도 그대로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보안은 더욱 강화되고 사용성은 불편해지고 결국 기업이 투입하는 비용은 더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 업무에 최적화된 스마트폰 개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MS의 업무용 애플리케이션과 스마트폰이 물리적으로 결합될 수도 있을 것으로 봉보인다. 한때 오라클폰, SAP폰에서 최근 페이스북 폰까지 관심을 받은 만큼 ‘오피스 폰’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선 SW와 하드웨어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 늦었다고 하지만 MS는 마침내 이를 해냈고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이를 재미있게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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