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G2’를 공개했다.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스마트폰은 포터블 하이파이 시장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름 아닌 24bit, 192kHz의 고음질 음원 재생이 스마트폰에서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LG전자가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G2는 사운드 면에 있어 하이파이(Hi-Fi)를 세계 최초로 채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원음 수준의 음질(24bit, 192kHz)을 제공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24bit, 192kHz 음원에 대해 일반인들은 생소할 수도 있지만 최근 아이리버가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 ‘AK100’, ‘AK120’를 연이어 선보이며 음악에 관심 있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고음질 음원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키고 있다.  

흔히 CD에서 지원하는 음원 수준은 16bit, 44kHz다. ‘bit’는 데이터를 재생하는데 필요한 데이터의 크기를 , ‘KHz’가 샘플링 주파수의 단위로서 아날로그 소리를 디지털 방식으로 녹음할 때의 세밀함 정도를 의미한다.  

사실 CD에 담기는 음원은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마스터(Master) 음원을 다운 샘플링한 것이다. CD의 저장용량(약 700메가)에 맞게, 한편으로는 인간의 가청범위 한에서 저장할 수 있는 타협적인 음원 규격이기도 하다. 

따라서 24bit, 192kHz는 일반 CD의 음질에 비해 수치상으로는 월등한 수준을 보여준다. 다만 이를 재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스템에서 이와 같은 규격의 음원 재생을 지원하지 않으면 대부분 16bit, 44kHz 수준으로 다운샘플링 해서 재생한다.  

24bit, 192kHz음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 혹은 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는한 저장용량만 차지한 채 공염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아이리버가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 ‘AK100’, ‘AK120’를 선보이며 이러한 고음질 음원을 포터블 기기에서도 재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물론 아이리버가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를 선보인 최초의 기업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는데는 성공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고가의 기기 가격은 이러한 고음질 음원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아이리버가 선보인 AK120의 경우 가격이 100만원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외국의 다른 고음질 음원플레이어의 경우도 50만원 이상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LG전자가 G2를 선보이면서 이러한 가격 걸림돌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질은 논외로 하더라도 규격상 24bit, 192kHz음원을 원음 그대로 재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음질 음원의 대중화가 예상된다.  

LG전자가 이렇게 치고 나간 이상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LG전자가 24bit, 192kHz음원 재생을 위해 어떤 칩셋을 사용했는지 확인은 되지 않지만 이미 스마트폰에서 24bit, 192kHz음원 재생을 위한 칩셋 개발은 진행돼 왔다.  

오디오 칩셋 전문 제조사인 울프슨(Wolfson Microelectronics)은 스마트폰을 위한 오디오 칩셋인 WM5110를 최근 발표했다.  

저전력 HD 오디오 프로세서와 함께 향상된 DSP 기능을 갖춘 WM5110은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를 위한 HD 오디오 성능을 갖췄다. 현재 시제품 형태로 샘플은 2013년 3분기부터 실제 양산 제품은 2014년부터 출하될 예정이다.

 

이번 칩셋이 중요한 이유는 WM5110가 최대 24bit/192kHz까지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울프슨의 오디오 칩셋은 아이리버의 AK100에도 채택된 바 있다.  

물론 포터블 기기에서 음질은 단순히 칩셋을 적용한다는 개선되는 문제는 아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같이 통신기능은 물론 NFC 등 다양한 기술이 집약된 제품의 경우 내부 노이즈 차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에서 24bit/192kHz 음원재생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음원 서비스 시장은 물론 기존 하이파이 포터블 기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음원 서비스 시장의 경우 고음질 음원에 대한 니즈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음질 음원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아이리버컨텐츠컴퍼니의 ‘그루버스’와 네이버 뮤직, KT 등이 일부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포터블 디지털 음원 재생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24bit/192kHz 지원 스마트폰 출시가 본격화될 경우 이에 대한 서비스 대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음원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도 고음질 음원은 일반 MP3 음원보다 고가의 가격정책을 매길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그루버스’에서 제공하는 고음질 음원의 곡당 가격은 1800원~2400원. 앨범 단위로는 1만5000원~2만8000원 사이다. 곡당 몇백원 하는 MP3와는 천양지차다. 

반면 아이리버처럼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아이리버가 비교적 시장을 빨리 선점하면서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에서 고음질 음원 재생이 가능해지면서 예전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의 위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24bit/192kHz를 지원하는 칩을 채택했다고 해서 바로 하이파이 기기로 스마트폰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리버와 같은 전문 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가만히 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서 음악 재생능력은 하나의 경쟁력으로 자리해 왔다.  

국에선 철수했지만 대만의 HTC의 경우 최근 헤드폰으로 유명해진 ‘비츠 바이 닥터 드레’에 3억 달러를 투자하며 음향기술을 자사의 제품에 적용한바 있으며 이번에 ‘G2’를 발표한 LG전자도 지난 2007년 초 하이파이 오디오 업계의 유명인사 중 하나인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을 음향 고문으로 영입해 '랩소디 인 뮤직폰(LG-LB3300)‘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마크 레빈슨은 기자 간담회에서 “MP3플레이어가 음질이 나쁜 것이 아니라 음원 자체가 음질이 낮은 것이다. 모바일 디바이스도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이번 LG전자 뮤직폰에 참여한 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울프슨 오디오 허브 사업부의 던칸 마카디(Duncan Macadie) 매니저는 “핸드헬드 제품 OEM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하기 위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이들 업체는 증가하는 비용 압박과 시장 출시 시간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자사의 제품이 점점 더 많은 오디오 수요에 대한 유즈케이스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도전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뛰어난 품질의 음성 통화, 전화 회의, 오디오 재생 및 캡처, 확장된 배터리 수명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제 음원이 24bit/192kHz를 지원하고 이를 재생할 수 있게 되면서 포터블 디바이스의 하이파이 지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그 시작이 LG전자의 ‘G2’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24bit/192kHz 지원은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에도 파급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어폰과 헤드폰 시장이 바로 그 것이다.  

현재 국내 이어폰 및 헤드폰 시장은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기존 MP3 시장이 활성화됐을때도 이어폰과 헤드폰을 별도로 구매하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이 대박을 친 이후 이어폰과 헤드폰 시장은 덩달아 급속 성장하기 시작했다. 

음원 재생 특성이 평탄한(flat)한 아이폰의 특성 탓에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이어폰, 헤드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쨌든 이어폰, 헤드폰 시장은 1만원대 저가에서 수백만원대 고가에 이르기까지 제품군이 다양해졌다. 

하지만 고음질 음원 재생이 가능해진 스마트폰 출시가 본격화되면 보다 고가의 이어폰 및 헤드폰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음질 음원을 재생하는 것은 기기이지만 이를 최종적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이어폰과 헤드폰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LG전자의 ‘G2’는 최근 불고 있는 고음질 음원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을 보다 확대하는데 일조, 혹은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고음질 음원 재생은 기존 음원 시장은 물론, 액세서리 시장,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인프라까지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고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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