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바꿀 암 치료 패러다임

 

2013년 5월 헐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나의 의학적 선택’이라는 글을 통해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두 세대에 걸친 가족력과 BRCA1이라는 돌연변이 유전자 때문에 앞으로 유방암이 생길 확률이 87%라는 분석 결과에 따른 결정이었다. 유방절제술에 따라 졸리의 유방암 발생 확률은 5% 이하로 줄었다.

 

이는 매우 소량의 데이터만으로 분석한 결과다. 만약 더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분석해 앞으로 닥칠 병을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국내에서도 최근 이를 위한 데이터 관리 체계가 마련되고 있다. 이름하여 ‘헬스케어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2019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사업’의 일부로 진행됐다. 

 

국립암센터를 주관기관으로 건양대병원과 연세암병원, 대구카톨릭대학교의료원, 전북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산학협력단, 화순전남대학교병원, 가천대길병원(길의료재단),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등 전국단위 10개 암센터가 참여해 3년 간 10개 암종을 구축해 암 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올해는 총 11개 기관 약 7만건의 유방암 환자 임상 데이터 셋을 구축했다. 

 

주관기관인 국립암센터 김대용 교수(헬스케어 빅데이터 플랫폼 총괄 PM)는 “암은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1위로, 2016년 기준 전국민의 약 28%가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암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사실상 국내 대형병원의 의료 데이터 80%는 버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의 전자의무기록(EMR) 구축은 92%로 해외의 8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지만, 의료기관 간 교류율은 1%에 불과하다. 해외의 39%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사실상 의료기관 간 환자의 데이터를 교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개인정보보호법률 등에 따라 환자의 개인정보 등이 담긴 데이터 반출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

 

이에 따라 이번 헬스케어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은 국가를 대표하는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암 빅데이터 플랫폼(CONNECT ; Clinical Oncology Network for uNifying Electronic mediCal daTa)를 구축해 데이터 활용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암 빅데이터를 생산·수집하는 10개 센터 간 네트워크를 구성해 진단부터 치료, 재발, 전이, 사망에 이르는 임종별 다기관 임상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데이터 활용 및 정보제공을 위한 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건강정보와 가족력, 전이정보, 재발정보, 진단정보, 별기정보, 수술정보 등 30개의 테이블, 469개의 공통항목을 수집하고 각 센터의 암종별 라이브러리를 통해 진료 흐름에 따라 정리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올해는 유방암 데이터를 메타데이터 포탈로 만들었다. 연령대, 성별, 진단영상 검사유형, 유전자검사(NGS검사여부, BRCA 1/2), 수술유형, 항암치료 여부를 비롯해 주요 항목에 대해 나이와 성별, 연령 등 관점에 따라 발생 환자 및 건수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또 암종별 주요 지표 기반 오픈 API를 제공해 다양한 분석 기능 및 웹 연계를 지원한다.

 

김 교수는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절제술을 선택한 것은 아주 소량의 데이터 분석으로 가능했지만, 유전체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면 미래의 삶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빅데이터가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의료진은 최적화된 의사결정 지원을. 국민은 암 치료에 대한 신뢰를, 연구자는 효율적인 임상연구수행, 정부는 데이터 기반의 암 정책 수립을, 산업계는 신규 의료 서비스 모델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이번 사업을 통해 암환자 생존율은 최소 5% 이상 향상하고 암 의료비는 13%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한편 민감한 개인정보가 많이 담겨 있는 의료데이터의 특성 상 인프라는 오픈스택 기반의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했다. 12대의 서버로 구성돼 있으며 전용선을 통한 플랫폼-센터 간 연계와 차세대 방화벽, 서버보안 솔루션, DB접근제어 솔루션을 설치해 보안도 강화했다. 이를 위해 인재inc와 미소정보기술, 비트컴퓨터, 데이터스트림즈 등의 IT업체가 참여했다.

 

2020년과 2021년까지 사업이 진행되면, 암 데이터의 약 30%가 디지털화될 예정이다. 도 올해는 유방암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쌓았다면 내년에는 대장암, 폐암, 더 나아가 만성질환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그는 “민감한 개인정보 많이 담고 있는 만큼, 현재는 관련 데이터는 기존 플랫폼과는 달리 암 빅데이터 플랫폼에 참여하는 10개 기관 소속 연구자에 한해서만 제한 제공된다”며 “다만 추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포함된 데이터 3법 통과 여부에 따라 데이터 유통 및 이에 대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의료 데이터는 비정형 데이터가 무척 많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 생산 단계부터 의료진과의 호흡을 잘 맞춰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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