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13일 한국후지쯔는 일본 본사와 공동으로 조선민화박물관에 자사의 박물관·미술관용 아카이브 솔루션 ‘뮤즈테크’을 통해 유물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후지쯔는 조선민화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민화 약 4000점의 사진과 관리정보, 관련 문서 등의 모든 정보관리를 시스템화해서 손쉽게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조선민화박물관은 왜 하필 그것도 일본기업인 후지쯔를 통해 이러한 시스템 구현을 했을까. 국내 기업 가운데는 없었을까. 아니면 미국, 혹은 유럽 업체라도?

민화는 조선 후기에 유행한 대중적인 실용화다.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을 그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윤복의 풍속도 같은 그림이 여기에 속한다.  한 민족의 혼과 정신이 서려있는 민화, 조선시대 민화를 모아놓은 박물관이 하필 역사적으로 지울 수 없는 아픔을 남긴 일본 기업을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물관에 특화된 솔루션을 갖고 있는 후지쯔는 이를 해외에 보급하고 싶었고, 조선민화박물관이 좋은 레퍼런스가 됐다. 즉, 시스템적으로 체계적인 자료 정리가 필요했던 조선민화박물관은 후지쯔의 지원을 받아 무상으로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었다. 조선민화박물관은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민간(사립) 박물관이다.

후지쯔는 역시 일본 내에서만 판매하던 ‘뮤지테크’를 해외에 판매하고 싶었다.  마침 한국의 강원도 영월은 ‘박물관고을 특구’로 지정돼 수십개의 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조선민화박물관도 그 중 하나다. 좋은 영업 대상이다. 조선민화박물관을 시작으로 한국후지쯔는 향후 본격적인 영업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선민화박물관은 후지쯔를 통하지 않고 이러한 솔루션을 비용 부담 없이 손쉽게 도입할 방법은 없었을까.

조선민화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박물관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축한 표준유물관리시스템을 무상으로 가져다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별도의 IT관리자가 없는 한 사용하기가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고 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민간 박물관 입장에선 무료라고 해도 선뜻 도입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유물 전부를 모두 국가에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개인 자산인 유물 전시를 통해 비즈니스를  하는 사립 박물관 입장에서 이는 당연히 꺼려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국공립박물관이나 이 시스템을 도입하지, 사립 박물관들 가운데 도입한 곳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사실 처음에는 후지쯔가 제안을 해 왔을 때 일본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약간의 거부감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민화박물관에 맞게 솔루션을 커스터마이징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주는 등 후지쯔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덕택에 유물관리에 정말 큰 도움이 됐다는 것.

조선민화박물관 오석환 관장은 보도자료에서 “지금까지 미뤄왔던 자료정리가 이번 뮤즈테크의 도입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며  “누구라도 홈페이지와 QR코드를 통해 공개자료를 간단하게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어 사용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에는 윈-윈 전략이지만, 마치 천안 독립기념관에 일본기업의 전등이 설치된 느낌이랄까. 씁쓸하다.

댓글 쓰기

저작권자 © 딜라이트닷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