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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창간기획/게임 워라밸] 스무해 업계가 두해 만에 달라졌어요

통신방송 19.09.29 04:09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가 일선 현장에 도입되면서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을 추구하는 ‘워라밸’ 열풍이 몰아쳤습니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는 워라밸과 동떨어진 노동환경을 갖춘 것으로 일려졌으나,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이제는 넷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빅3를 포함한 유수의 게임기업들이 확 바뀐 근무환경을 갖추고 우수 인재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넥슨이 지난 8월에 포괄임금제를 폐지했고 넷마블과 엔씨소프트가 내달 폐지를 앞뒀습니다. 이는 2010년부터 게임업계를 취재하면서 기자가 체감한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딜라이트닷넷> 창간 10주년을 맞아 게임업계와 주요 기업들의 워라밸 현황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스무 돌을 넘긴 국내 게임업계가 최근 2년 새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을 뜻하는 ‘워라밸’ 열풍이 불었고 주 52시간 근로제 안착을 위한 국회와 정부, 업계 의지가 더해져 장시간 노동이 만연했던 업무 환경이 크게 개선된 것인데요.

넷마블이 지난 2017년 ‘일하는문화 개선안’을 전격 꺼내놓은 것이 변화를 재촉했습니다. 당시엔 자의반 타의반의 변화였습니다. 외부 압박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사회에서 워라밸 열풍이 불기도 했고 신입으로 들어오는 90년생 밀레니얼 세대들도 삶의 질을 중요시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게임업계 워라밸의 시작은 시대적 변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관성대로 장시간의 업무 환경이 그대로 이어져왔다면 게임업계 경쟁력이 더 확보됐을까요. 업계 예상보다 변화가 조금 더 빨리 찾아왔을 뿐, 예정된 일이 아니었을까요. 모바일 열풍이 생각보다 빠르게, 업계 지형을 변화시킨 것처럼 말이죠.

게임업계 노조도 생겼습니다. 오래전부터 노조 얘기는 있어왔으나, 좀처럼 사람들이 뭉치질 못했는데요. 개발자 사이에서 ‘내 일이나 잘하자’라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업계 내에선 흔히디 흔한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업계 내부에서 변화 의지가 충만할 때쯤, 외부에서 불씨를 당겼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의 도움을 받아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조가 싹을 틔웠습니다.

게임업계인들이 악법으로 꼽은 포괄임금제의 폐지가 속속 이어진 것도 놀랄만한 변화입니다. 

포괄임금제는 야근 등의 업무 수당을 미리 포괄적으로 연봉에 포함해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임금제입니다. 이 때문에 장시간 일해도 제대로 된 수당을 받지 못해 사실상 공짜 야근이 만연했습니다. 그러나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업계에선 여유가 있는 주요 기업들부터 포괄임금제 폐지를 발표했습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웹젠, 위메이드 등이 폐지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이처럼 업무 환경이 급변하면서 인력 관리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연장 근로 시 제때 수당을 챙겨주는 만큼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한다면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선 당연한 처사입니다. 여러 회사가 고민 중인 정책입니다. 엔씨의 경우 5분 이상 비업무 공간에 머물면 근무시간에서 차감하는 제도를 시범 운영합니다.

게임업계가 양적 팽창에 집중하는 시기를 지나 업무 집중도를 높여 이제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기를 맞았습니다. 물량으로 경쟁해선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이미 경험하고 있는 일인데요. 적은 수의 게임을 만들더라도 고품질로 승부해야 할 때입니다. 스무 해를 넘긴 게임업계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습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