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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힐만하면 ‘인터넷 규제하겠다’, 이제 학계서 발끈

통신방송 18.02.12 17:02

최근 상장 기업들의 2017년 4분기 실적발표와 연초 전략 공개가 줄이었던 가운데 인터넷 업계는 때아닌 토론회로 분주했습니다. 국회의 규제 움직임에 정부 관계자와 학계 그리고 업계가 함께 목소리를 내는 자리가 마련됐는데요. ‘규제 불균형’을 우려하는 학계 목소리가 한층 크게 나왔습니다.

논의된 사안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주제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인터넷 시장 획정 ▲국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의 역차별 해소 논의 ▲글로벌 기업의 조세회피 ▲선탑재 앱의 생태계 강요 효과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이 있었습니다.

◆“전 세계 유례없는 시장 획정 우려된다”(이대호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이대호 교수는 지난 5일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주최의 ‘입법선정주의와 인터넷생태계의 위축’ 토론회에서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이 대표 발의한 뉴노멀법을 겨냥했습니다.

이 교수는 “수많은 연구자에 의해서 인터넷 서비스의 다양한 특성 때문에 시장획정 방법론 적용이 어렵다고 주장된 바 있다”며 “포털 내부의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 혁신 빠르고 동태적인 인터넷 서비스 특성으로 인해 포털 서비스의 범주를 검색서비스에 한정짓는 시장획정 방법론은 다양한 포털의 서비스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인터넷 시장 획정에 대한 우려 목소리는 규제 관련 토론회때마다 불거졌습니다. 그만큼 문제 소지가 있다는 얘기로도 볼 수 있는데요.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이러한 시장획정 시도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너무 쉽게 획정하려고 시도하는 것인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터넷 관련 규제 관련, 당연히 정부 정책의 중심은 국민편익 증대, 국민행복이 돼야 한다”며 “규제 형평성에 대한 얘기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규제 법안 발의했을 때 누구를 위한 법안인가. 구글, 페이스북, 같이 규제할 수 있을 것인가를 꼭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글로벌 규제수준 확인해서 국내 규제수준을 낮춰야”(최민식 상명대학교 교수)

최민식 교수는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인터넷기업협회’ 토론회를 통해 유한회사의 사원수, 지분양도 같은 규정이 폐지돼 주식회사와 경제적 실질이 거의 유사하지만 외부감사와 재무정보 공시 의무가 없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 같은 점을 노려 새로 들어오는 기업들도 유한회사로, 그 전에 주식회사였던 곳도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사례가 눈에 띄는데요.

그는 ▲외국에선 외부감사 할 때 네거티브 규제를 하는 점 ▲영국, 독일, 호주는 원칙적으로 모든 회사가 외부감사 받고 일부 기준에 해당될 때만 면제해주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도 원칙, 예외 방식으로 가는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최 교수는 대통령령에 대해서 매출액 등 기준을 확인해보고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 교수는 또 국내 기업들은 통신사에 망이용료를 내는데 글로벌 기업들이 무임승차하고 있는 현황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도 ‘우리와 똑같이 규제해줘’는 잘못된 접근이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국내 규제를 입법하고 글로벌 인터넷기업에 대한 규제정당성 확보, 규제 형평성 제고로 불균형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최 교수는 “글로벌 인터넷기업의 규제를 국내기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는건 잘못된 접근”이라며 “글로벌의 규제수준을 조사하고 확인해서 국내의 규제수준을 낮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선탑재 앱, 삭제 가능해도 강요된 생태계 형성”(부수현 경상대학교 교수)

부수현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인터넷기업협회’ 토론회를 통해 덴마크-스웨덴, 독일-오스트리아, 영국-프랑스, 네덜란드-벨기에가 인종적, 문화적으로 매우 유사한 나라인데 장기기증 비율이 크게 차이나는 사례를 들었습니다. 

이유를 보니 해당 국가의 면허 취득 등의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장기기증 선택권(opt out)을 줄 경우 별도로 장기기증 캠페인을 진행해도 기본 선택(opt in)된 나라보다 그 비율이 크게 낮았다는 것인데요. 

이를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선탑재 앱에 비유했습니다.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다곤 해도 ‘현상유지 편향’, ‘무행동 관성’에서 나타나듯 많은 이용자들이 앱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둔다는 것입니다.

결국 선탑재 앱이 시장을 지배하고 강요된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전세계 브라우저 중 익스플로러가 국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은 금융결제 등 서비스들과 상호연계 돼있기 때문이라는 근거도 들었습니다.

부 교수는 “앱 몇 개 넣고 빼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생각하면 몇 개 앱이 교두보가 돼서 상호연계 앱을 끌어들이고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 우리기업 잠식되고 새로운 성장 만들어내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부 교수는 “소비자 심리, 행동패턴을 충분히 고려해서 소비자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법안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면서 “선탑재 앱들이 필수적인 앱으로 자리잡아 버리면 끼워 팔거나 잘 맞는 앱들이 증식하고, 이 벽에 가로막혀서 우리 청년들이 공정한 게임이 불과하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유한회사와 주식회사를 차별할 이유가 별로 없는 거 같다”(정부)

학계는 아니지만 정부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인터넷기업협회’ 토론회를 통해 규제 불균형 해소를 위한 중요 의견을 내놨습니다.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대해서인데요.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외부감사 대상요건을 일반적으로 자산, 부채, 종업원 수 세가지를 기준으로 하는데 매출액 기준이 없어 이를 포함했으면 좋겠다 ▲종업원 수가 현재는 300인 이상 대상으로 하는데 외국 사례 같은 경우는 50명, 때로는 100명 이렇게 돼있다. 저희는 50~100인에 해당되는 수준으로 줄여야 된다 ▲감사 대상에 제외되는 기준이 외국은 2가지 해당해야 하는데 우리는 1개만 해당되면 된다. 재무제표도 포함한 현 외부감사법에 따라 감사보고서 전부 공시해야 한다 등의 개선점을 언급했습니다.

손영채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과장은 현재까지 외감법 개정 의견수렴 결과와 관련해 “(감사보고서 공개 등에 대해) 유한회사와 주식회사를 차별할 이유가 별로 없는 거 같다”며 “금융위 입장에서는 시행령 입법예고를 3월쯤 하고, 그때에는 단서규정에 대한 내용은 없이 입법예고를 해서 의견수렴 해야 할거 같다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손 과장은 “새로운 매출액 기준으로 외감대상 설정할 것이고 유한회사, 주식회사 간 차이 없는게 이때까지의 입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