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것이 아닌 다름을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3일 오용환 네오위즈씨알에스 대표<사진>가 CGV청담 엠큐브에서 열린 ‘프로젝트 블랙쉽(Black Sheep)’ 제작 발표회에서 이 같이 말하며 게임을 자신감 있게 공개했는데요. 이 게임은 액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ORPG)입니다. 실제 같은 전투를 보여주겠다고 회사 측은 거듭 강조했습니다.

회사 측이 공언한대로 확실히 블랙쉽의 전투 장면은 ‘때깔’이 좋아 보였습니다. 현란하면서 속도감 있는 전투를 어느 정도 완성한 모습이었습니다.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거나 벽을 밝고 적을 올라타고 필살기를 이용해 주변 사물을 대거 파괴하는 등 영화 속 주인공처럼 전투를 즐길 수도 있더군요.

블랙쉽은 회사 측이 내년 1분기에 비공개테스트(CBT)를, 3분기에 공개서비스(OBT)를 예고했으니 아직 변화의 여지가 많은 게임입니다. 23일 제작 발표회에서 과장된 리액션(타격후 반응)이 때때로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 부분은 개발 과정에서 여러 테스터의 의견을 받아 조절이 되겠지요.

이처럼 최근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는 게임의 다름, 차별화 요소를 부각시키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생존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방증이겠지요.

물론 이전에도 여타 게임과 다른 차별화 요소를 강조하는 업체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겉으로 드러나는 다름이 아닌 세세한 부분까지 차별화 요소를 구현하고 전체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데요.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진 것이 이유입니다.

블랙쉽은 날씨를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예컨대 눈이 오면 바닥이 미끄러워 전투의 양상이 달라지는 등 환경과 연계된 플레이가 돋보였습니다.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는 이상 기본적으로 주변 모든 사물을 이용해 전투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게임의 세계관, 스토리 비중이 전투에 비해 덜하다는 것인데요. 회사 측은 전투가 핵심이 되는 콘텐츠라고 강조하지만 이야기의 얼개도 그에 못하지 않은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2년여전 블리자드 본사에 방문했을 때가 문득 생각나는데요. 당시 블리자드 개발진은 캐릭터의 눈동자 색깔을 정할 때에도 몇 시간 토론을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블리자드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와우)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와우의 세계관은 소설로도 출간돼 유명하죠. 와우의 저력은 시나리오입니다.

블랙쉽의 게임 세계관 자체는 흥미요소가 가득합니다. 게임 캐릭터가 교황 직속의 비밀단체의 구성원입니다. 회사 측은 수백, 수천년 전의 그림에 미확인비행물체(UFO)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블랙쉽의 세계관을 떠올렸다고 하는데요. 이 시나리오를 게임 전반에 녹여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해부터 온라인게임의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업계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선 게임의 바탕이 되는 세계관, 시나리오를 게이머에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즐기고 나서 한번쯤 곱씹어 볼만한 얘깃거리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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