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는 수요예측, 자재구매, 생산 및 물류 등 매출과 이익을 내기 위한 기업의 핵심 경영 활동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개념이다. SCM이라는 범주에 판매 제품의 혁신성까지 포함한다면, SCM 역량이 곧 기업의 경쟁력일 수 있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포춘 500대, 포브스 2000대 기업 가운데 금융 및 보험 기업을 제외한 연 매출 100억달러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SCM 역량을 수치화하고 순위를 매긴다. 평가 기준은 전문가 의견(외부 전문가 25%+가트너 연구원 25%), 최근 3년간 총자산이익률(25%), 재고회전율(15%), 최근 3년간 매출성장률(10%)이다. AMR리서치가 매년 이러한 조사를 실시했으나 2009년 12월 가트너가 6400만달러에 이 회사를 인수, 자산화한 뒤로는 가트너 이름을 달고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SCM에 관한 기업들의 관심이 뜨거워지자 가트너도 해당 분야의 연구 역량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여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가트너는 현지시각으로 23일 2013 글로벌 SCM 경쟁력 상위 25개 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국 애플은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전문가 의견, 총자산이익률, 재고회전율, 매출 성장률 모든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10점 만점에 가까운 9.5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지수는 재고회전율이다. 애플의 재고회전율 지수는 82.7로 25위권 기업들 가운데 맥도날드(147.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재고회전율 지수는 상당히 높은 것이다. ‘다이렉트판매모델’을 기치로 내건 델컴퓨터 조차도 재고회전율은 30.7에 그친다. 삼성전자와의 차이도 상당하다. 표 참조.

이러한 조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전체 평가 점수에서 전문가 의견의 차지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다. 익명의 외부 전문가(150~200명)가 15분(평균) 동안 웹 투표로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기업의 SCM 역량을 평가 했기 때문에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논란이 생길 소지가 크다. 공정성과 신뢰성를 확보하려면 올해 참여한 외부 전문가 172명, 가트너 연구원 33명이 누구인지, 평가를 할 만한 권위를 가진 사람인지 공개해야 할 것이다.

애플의 높은 재고회전율 지수를 단순히 플러스 점수로 반영하는 평가 로직도 바꿔야 할 것이다. 국내외 부품(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업체들로부터 터져나오는 불만은 “애플이 과도한 수요 예측치를 제시해 물건을 만들면, 그 만큼을 가져가지 않아 재고로 쌓인다”라는 것이다. 나(갑)의 재고를 남(을)에게 떠넘기는 식이다. 가트너는 이런 애플을 ‘최고의 SCM 역량을 가졌다’고 6년 연속 띄워줬다. 값비싼 가트너 보고서를 구입한 신생, 중소, 중견 기업들은 이러한 애플의 못된 경영 기법(?)을 보고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가트너가 건전한 산업 발전을 위해 이러한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려면 후방 협력 업체들의 매출, 이익, 재고회전율 등도 조사해 보다 입체적인 방법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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