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라이브 서비스 역량에 더욱 투자해 '초격차'를 만들어 내보려 한다. 또 신작들을 더욱 더 갈고 닦아서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해 보려 한다. 26주년인 올해 2020년은 넥슨의 앞으로 10년을 결정지을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지나온 25년 보다 앞으로의 25년이 더욱 더 찬란해질 수 있도록 저와 경영진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해 사내 공지에서 밝힌 신년 메시지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초격차'는 통한 것 같습니다. 넥슨코리아 매출을 포함한 넥슨 전체 연 매출이 3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죠. 

넥슨은 지난해 회사의 강점인 라이브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 스테디셀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신작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이하 카러플)'와 '피파모바일', '바람의나라: 연'을 출시해 연속 흥행 기록을 써 내려 갔습니다.

카러플과 바람의나라: 연은 2019년 말 출시된 'V4'와 함께 국내 앱마켓 시장 최고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장악했는데요. 특히 카러플은 한 해 동안 한국인이 가장 많이 즐긴 게임에 등극했습니다. 모바일 데이터·분석 플랫폼 앱애니가 발표한 '모바일 현황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카러플은 2020년 가장 많은 월간 이용자 수(MAU)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환골탈태'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2019년 초 매각설이 터지면서 회사 내·외부 상황이 모두 좋지 않았습니다. 6월 말쯤 매각 불발이 공식화되면서 회사의 체질 개선이 시작됐습니다. 준비 중이던 일부 프로젝트들을 중단했고, 내부 조직도 개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반전을 준비한 것이 적중한 셈이죠.

지난 1일 이정헌 대표와 넥슨코리아 이사회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내 IT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올해부터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 개발직군 5000만원, 비(非)개발직군 4500만원으로 크게 상향 적용하고, 재직중인 직원의 2021년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최근 사람인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0 벤처천억기업 조사'의 매출 상위 100개사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63개 기업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4위, 8641만원), 펄어비스(10위, 7281만원)가 각각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1인당 평균 급여는 5966만원으로 집계된 것을 볼 때 넥슨의 초임 연봉 5000만원은 게임업계를 넘어 국내 기업 중 최고 수준으로 보입니다.

노동조합 '스타팅 포인트'도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스타팅 포인트는 회사의 연봉 인상 결정에 대해 "오늘의 일이 넥슨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게임업계의 기준으로 자리 잡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정헌 대표는 이달 연임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넥슨코리아 게임 기획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피파온라인3 사업실장을 거쳐 사업본부·총괄 부사장을 지내고 2018년 초부터 넥슨코리아를 이끌었습니다. 위기를 딛고 매출과 이익 다변화를 이끈 이정헌 대표, 과연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매각 이슈를 딛고 넥슨을 일으킨 것만 본다면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됩니다.

이정헌 대표가 남긴 이번 연봉 인상 사내 공지문을 보면 직원을 아끼고 회사 발전을 위하는 진심이 느껴집니다. 과연 이 메시지가 대표로서의 마지막 멘트일지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메시지일지 궁금합니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넥슨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요?

"지난 한 해는 '초격차'라는 기치 하에 우리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여러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단행해야 했다. 모든 임직원 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2021년에도 우리의 노력들이 더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저와 경영진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


[정도영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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