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의 원화마켓 상장 폐지가 논란입니다. 지난 11일 오후 5시 30분, 금요일 퇴근시간에 업비트에서는 조금 놀랄만한 공지가 올라왔는데요. 원화마켓에서 5개 코인을 상장 폐지한다는 공지였습니다. 이와 함께 25개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대거 지정하는 ‘코인 정리’도 감행했습니다.

 

공지 내용이 놀랄만했던 이유는 폐지 대상이 된 5개 코인에 인기 코인인 페이코인(PCI), 마로(MARO) 등이 포함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절차도 일반적인 상황과는 달랐습니다. 보통 업비트는 위험 가상자산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지정사유가 된 문제를 해소할 기간을 주는데요. 이번에는 그런 기간 없이 바로 원화마켓에서 폐지했습니다. 폐지 대상이 된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에게 사전 통보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비트코인(BTC) 마켓에선 여전히 거래할 수 있지만 원화마켓 폐지는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큰 악영향을 미칩니다. 페이코인 한 개를 팔아 860원을 얻는 것과 0.0000189BTC를 얻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죠, 원화로 거래하는 게 훨씬 편하고, 전체 거래량도 원화마켓이 많기 때문에 원화마켓에서 폐지되는 코인은 거래량이나 수요가 줄어들 우려가 있습니다. 때문에 프로젝트들의 반발도 빗발치는 상황입니다.

 

업비트는 왜 이런 결정을, 그것도 매우 급하게 내린 걸까요? 업비트 측은 “원화마켓 폐지 기준은 유의종목 지정 기준과 같다”고 밝혔지만, 막상 유의종목 지정 기준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팀 역량 및 사업 ▲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역량 ▲글로벌 유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게 유의종목 지정 기준인데, 원화마켓 폐지 대상이 된 코인들 중엔 사업을 매우 활발하게 진행하며 커뮤니케이션하는 코인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 기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은 거래소가 발행한 ‘거래소 토큰’을 금지하기로 했는데요. 거래소가 간접적으로 관여한 토큰도 상장 폐지하도록 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거래소가 가상자산 발행기업에 지분 상으로 관계가 있을 경우,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는 것이죠. 이런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업권법도 발의된 상황입니다.

 

업비트는 아니라고 했으나 이런 기조를 생각하면 원화마켓 폐지 대상에 마로와 페이코인이 포함된 이유가 이해됩니다. 마로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투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가 투자한 코인이고, 페이코인을 발행한 다날은 자회사 다날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해관계 충돌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차단해야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 기조에 따라 상장된 코인을 정리하다 보면 주요 대상은 국내 코인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규제 자체가 국내 규제이다 보니 국내 코인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고, 업비트의 사례처럼 거래소와 지분으로 엮이는 것도 국내 가상자산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법안이 나오거나 개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준도 애매모호할 가능성이 큽니다. 거래소와 지분으로 엮여있는 것은 ‘특수관계인’이라고 한다면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도 문제일뿐더러 각 가상자산의 특징도 반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코빗 지주사 넥슨이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처럼, 모회사가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대장 코인’인 비트코인도 상장 폐지해야 하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을 상장 폐지하는 거래소는 없죠. 비트코인을 발행한 나카모토 사토시가 아직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특수관계가 생길만한 주체도 없고요. 즉, 기준이 모호한 탓에 예외가 끝도 없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해외 코인만 국내에서 돈을 벌어가는 차별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해외 코인 프로젝트들이 국내 프로젝트들처럼 거래소에 개발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팀 역량을 증명할 리도 만무합니다 국내 규제가 국내 코인에만 엄격해지고, 오히려 국내 코인의 발전을 막는 족쇄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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