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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넥슨(일본법인)은 1억달러(약 113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는데요, 예전에는 큰 회사가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매수 사실을 공개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입니다.

 

사실 넥슨이 가상자산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이미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2017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인수했고, 2018년에는 유럽 최대 거래소인 비트스탬프를 인수했습니다. 최근에는 ‘빗썸 인수전’의 강력한 후보로도 자리하고 있죠.

 

가상자산에 대해 보여준 관심만큼, 넥슨은 사실 예전부터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그룹 차원에서 매수 사실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실제로는 ‘발표한 게’ 처음일 것이란 추측입니다.

 

이처럼 대기업 및 글로벌 기업들이 비트코인 매수 사실을 밝히는 추세입니다. 공시 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이런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실제 넥슨도 공시 의무가 없지만 투자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예전부터 가상자산에 현금을 투자하고 있던 기업들이 하나둘 매수 사실을 공개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이런 움직임이 왜 일어나게 되었을까요? 최근 높아진 가상자산의 신뢰도와 더불어, 선발주자들의 활약이 고루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선 기업이 현금 자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월가의 황금손’으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혁신 ETF(상장지수펀드) 대표도 지난달 CNBC에서 “이제 비트코인은 펀드운용사의 정식 투자 포트폴리오에 진입했다”고 말했죠.

 

캐시 우드에 따르면 기존 펀드매니저들은 자산 운용 시 주식 60%, 채권 40%의 비중으로 운용해왔는데요,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주류 투자처로 급부상하면서 주식 60%, 채권 20%, 가상자산 20%의 비율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흐름은 현금 자산을 굴리는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기존에 가상자산에 투자를 하고도 밝히지 않았던 기업들도 서서히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게 된 것이죠.

 

선발주자들의 움직임도 거셌습니다. 다들 테슬라만을 떠올리지만 ‘비트코인 매수 사실 공개’의 선두주자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입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실적 발표일이 아닐 때도 ‘살 때마다’ 매수 사실과 평균 단가 및 규모를 공개합니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CEO는 지난해부터 매번 트위터에 비트코인을 얼마 치 매수했는지 밝혀왔고, 홈페이지에도 공개하곤 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조정이 올 때마다 추가 매수 사실을 밝히면서 여전히 기관투자자의 지지가 탄탄함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올 1분기 동안에는 무려 1조 2000억원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주요 후발주자들이 나타났습니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의 결제 업체인 스퀘어, 그리고 비트코인 상승세를 견인한 테슬라 등이 대표적입니다. 모두 실적 발표 때 얼마 치 비트코인을 매수했는지, 매도했다면 차익은 얼마나 냈는지 밝히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26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억 7200만달러(3030억원)의 비트코인을 팔아 1억 100만달러(1125억원)의 이익을 봤다고 공개했는데요, 아직도 24억 8000만달러(2조 7600억원) 상당 비트코인을 보유 중입니다. 무엇보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전기차 결제수단으로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향후에 비트코인 보유량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인도는 이달부터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재무제표에 공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흐름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상자산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지금, 투자 사실을 공개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박현영기자 블로그=블록체인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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