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 비방전에서 품질경쟁 승부로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 관련 LG전자 및 삼성전자 상호 신고 건 처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두 회사는 작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서로를 신고한 일이 있었는데요. 최근 양사가 신고를 취하하면서 공정위도 심사 절차를 종료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내 대표 기업이 TV 때문에 서로를 신고하는 상황까지 이어지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시작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9’에서 LG전자 발언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LG전자 전시관은 ‘나노셀 8K TV’와 이름을 밝히지 않은 TV를 비교 전시했습니다. 해당 TV는 삼성전자 8K QLED TV였는데요, 선명도 차이를 직접 보라는 의미였습니다. 삼성전자 8K TV 화질 선명도는 국제 표준에 못 미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요.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자체발광 기술을 실현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대표상품으로 팔고 있습니다. LG는 삼성전자가 액정표시장치(LCD) TV인데도 불구하고 ‘QLED TV’라고 칭하며 자체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하게 한다는 이유로 공격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불쾌감을 표했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LG전자는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를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삼성전자도 LG전자가 QLED TV를 객관적 근거 없이 부당한 비교·비방광고를 한다며 맞신고했죠. 이때부터 시작된 양사 광고 비방전은 1,2차전으로 이어졌습니다. LG전자는 “Q. LED는 왜 두꺼운거죠?”라며 간접적으로 삼성 QLED TV을저격했고, 삼성전자는 “TV 번인 현상이라고 들어보셨나요?”라며 LG 올레드TV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작년 9~10월 벌어진 이 공방전이 올해 6월이 돼서야 신고 취소를 하며 마무리됐던 것입니다. 국내외 어려운 경제 환경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공정위 자료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네거티브 마케팅은 지양하고 품질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두 회사의 싸움은 이렇게 쉽게 화해하고 끝난걸까요? 사실 공정위가 심사절차 종료를 발표하던 날에도 두 회사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진행됐습니다. 공정위 발표 이후 LG전자가 별도 입장문을 내놓은 것인데요, 삼성전자는 생각지 못한 일이었나 봅니다. 공정위 자료에 공식 입장이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별도의 입장을 내놓은건지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도 부랴부랴 입장문을 만들어 배포했죠. 

그런데 이 입장문에서도 미묘한 의견차가 있었습니다. LG전자는 QLED TV 관련해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자사 신고 이후 비로소 해소되고 있다”며 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LG전자의 말을 듣고 삼성전자가 제품 홍보방식 등 행동을 시정했다는 의미였죠. 이에 삼성전자는 “LG전자 공정위 신고 건으로 인해 QLED TV 커뮤니케이션 방향에 영향을 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신고 취소 이유에 대해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잘못한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주장, 삼성전자는 당초 문제가 없었음을 LG전자가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QLED 명칭 사용 및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서로 ‘내가 맞고 네가 틀렸다’며 마무리 된거죠. 

비록 양사가 ‘훈훈한’ 마무리를 한 건 아니지만 ‘진흙탕’ 형식의 비방전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듯합니다. 이제 비방전 아닌 품질경쟁으로 승부하겠다고 한만큼, 향후 각 회사는 기술과 특징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더 고민하지 않을까요? 하반기 TV경쟁이 어떠한 흐름으로 전개될지 기대됩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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