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사재기 ‘휴지 품귀’ 현상 …비데 수요로 대체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에 가져온 변화는 꽤 많습니다. 집 안에서 즐길거리를 찾는 ‘집콕 문화’가 다양해졌고 기업들은 근무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위생·살균을 중시하는 문화도 생겨났죠.

미국에선 어떨까요? 같은 코로나19를 겪었지만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현상이 생겨났는데요. 휴지 사재기 현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동안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것처럼, 미국에선 휴지를 사기 위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왜 하필 휴지인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 불안감이 엄습하자 휴지를 최소한의 생필품이라는 인식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앞으로 휴지가 공급되지 않을 것이란 가짜 소문도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휴지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이들이 찾은 대체재는 ‘비데’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이제 꽤나 자주 보이는 물건이죠. 국내 비데 보급률은 40% 정도인 반면 미국은 5% 남짓에 불과합니다. 미국 가정집엔 화장실 변기 주위 전기 코드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비데를 설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뜻이죠. 습관화된 휴지 사용 문화로 비데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됐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비데를 찾게 되자 뜻밖의 생산량이 늘어난 건 국내 렌털업체들입니다. 우리나라 중견·중소 렌털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은 비데 기술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스마트 욕실 서비스로 불리는 이유죠. 국내 기업들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사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을 해왔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분기 비데 대미 수출액은 7만6000달러로 1년 전보다 4000% 넘게 늘었습니다. 미국 휴지 사재기 효과일까요.
 

특히 코웨이는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9’에서 비데메가 브랜드로 북미 비데시장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위주로 판매하다 비데 역시 브랜드화시켜 판매를 늘릴 목적이었습니다. 코웨이에 따르면 올해 전체 수출용 비데 생산량은 전년동기대비 170% 증가했다고 합니다. 일정 부분은 미국의 영향이 있을 듯합니다.

코웨이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꽤나 영향력 있는 렌털업체로서 성장하고 있지만 북미 시장에선 그렇지 못했습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가 주력 제품인데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주로 한인타운에 집중돼있었습니다. 현지인들은 언더씽크 정수기가 보편화돼있어 고급 정수기를 잘 찾지 않고, 일시불로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는 수준이었죠.
 

문화가 바뀌었을 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비록 미국에서 비데를 찾게 된 배경이 코로나19라는 부정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비데라는 제품이 미국에서 새롭게 알려지는 상황은 긍정적입니다. 비데를 찾는 사람들은 향후 지속적인 위생관리를 원하고 있을 가능성도 큽니다. 정기 방문서비스를 받기 위해 렌털을 눈여겨볼 가능성도 있는 셈이죠. 국내업체들은 동남아 외 미국시장 공략으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겠네요.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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