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시 필수 지도 서비스’ 하면 어떤 앱이 생각나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글지도’를 떠올릴 것입니다. 실제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지도앱은 구글맵이라고 합니다.

구글이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지도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대명사 아이폰을 만든 ‘애플’입니다. 2012년 9월, 애플은 운영 체제 기본 맵 서비스 ‘애플 지도’를 출시했습니다.
 

출시된 지 8년째이지만 국내에선 애플 지도 사용자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네이버나 구글에 비해선 아직 지도의 정확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정보도 많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미국에선 상황이 좀 다릅니다.

지난달 30일 애플은 미국에서 애플 지도가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는데요, 기본 지도를 완전히 재구성했을 뿐 아니라 실시간 대중교통, 장소 공유 등 여러 기능들을 추가했습니다. 원래 업데이트 일정은 지난해 말이었는데 한 달 가량 지연됐네요. 그만큼 이번 업데이트에 신중했던 것 같습니다.
 

초기 애플은 톰톰 등 다른 업체의 지도를 가져다 썼습니다. 서드파티와의 협업으로 구글맵에 대항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비쳤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지도가 부정확하고 오류가 너무 많아 당시 ‘2012 최악의 제품’에 선정되는 오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로 전락한 애플맵에 대해 팀 쿡 애플 CEO는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문을 냈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지도를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이후 애플은 몇 년 전부터 자체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죠. 이번 미국 대상 업데이트를 위해 애플은 400만마일(약 644만km)를 주행해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하네요. 사용자들이 불편해하던 기능들을 대거 개선?추가했습니다. 미올해 하반기 유럽에도 업데이트하겠다고 발표하니 국내 사용자들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애플이 독자적인 지도서비스를 만드는 목적은 단순히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아닙니다. 애플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도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보다 더 멀리 봐야 합니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서비스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주행정보와 놀거리를 합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장입니다. 애플은 ‘카플레이’를 2014년 출시했는데요, 이를 통해 운전 중에 스마트폰 없이도 내비를 보면서 음악을 듣고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애플은 멀티태스킹 강화 등 카플레이를 지속 업데이트를 하면서도 내비게이션 기능은 애플 지도로만 호환되도록 고수하고 있습니다. 애플 지도로 안내되는 내비와 애플뮤직에서 흐르는 음악.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인 자동차 안에서도 애플을 끊임없이 이용하게 됐네요.
 

특히 모바일 기기에서도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가 대세인데요, 위치기반 서비스로 사용자들의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지도 서비스가 잘 구축돼있을수록 사용자들의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는 셈이죠.
 

애플은 스마트폰 다음으로 커넥티드카를 다음 시대 ‘디바이스’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커넥티드카가 완전히 상용화됐을 때, 이미 사용자들은 차 안에서 애플의 충성고객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애플이 ‘애플맵 사태’로 불린 굴욕적인 일들을 겪고도 포기하지 않고 8년째 지도앱을 개발하는 이유, 다음 디바이스 전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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