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조달청을 통해 30개 기관이 제공하는 전자정부 서비스에 정보보호관리체계를 적용하는 G-ISMS 인증 컨설팅 사업을 최근 발주했습니다. (관련기사) 추정 사업규모(예산) 12억원으로, 정보보호컨설팅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규모로 꼽힙니다. 물론 경영·IT컨설팅 등 다른 분야 컨설팅 사업과 비교하면 우스운 규모 수준이겠지만, ‘이젠 단일 정보보호컨설팅 사업도 10억원이 넘는 규모로 진행될 만큼 중요해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이 사업은 전자정부 정보보호 수준제고를 목표로 중앙행정기관과 그 소속기관, 광역·기초자치단체, 국공립 대학이 제공하는 30개 서비스를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유찰됐습니다. 지식정보보안컨설팅 전문업체들 아무도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통 대규모 사업이 나오면 당연히 업체들이 너도 나도 참여해 수주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의외입니다. 관련업계에서는 당연히 이 사업에 정말 참여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입찰 제안조건이 아주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정보보호컨설팅 사업 입찰은 일단 '지식정보보안컨설팅 전문업체'로 지정받은 업체만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현재 전문업체는 롯데정보통신, 시큐아이닷컴, 안철수연구소, 에이쓰리시큐리티, 인젠, 인포섹, STG시큐리티 7곳입니다. 이 중에서 시큐아이닷컴과 인젠은 사실상 컨설팅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시큐아이닷컴은 컨설팅 사업을 접은 거나 다름없다할만큼 크게 축소한 상태이고, 인젠은 내부 사정이 복잡합니다.) 그렇다면 5개 업체만 주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투입해야 하는 컨설팅 인력이 많기 때문에 이 사업에는 단일 업체가 자사 인력만으로 참여할 수는 없는 상태라고 하는데요. 컨설팅 투입 및 상주 인력 수와 등급을 정해놓은데다, 주사업자 투입인력을 전체의 50% 이상으로 정해놨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것이 업체들의 이야기입니다. 정보통신기반시설 취약점 진단 등 공공과 민간 분야에서 정보보호 컨설팅 사업이 최근 많이 발주되고 있는데, 다른 사업을 포기하고 이 사업에 ‘올인’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 사업을 위해서 컨설팅 인력을 왕창 뽑기도 어렵지만, 뽑더라도 하반기 수요가 가뭄일 때는 그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제안요청서 내용을 붙여보겠습니다. - 컨설팅 투입인력은 기관당 중급인력 4인 이상을 원칙으로 하되 투입인력 중 2명 이상은 최근 3년 이내에 ISMS, ISO27001 분야의 보안컨설팅 경험이 있는 인력으로 배치하여야 하며, - 상주인력 중 1명은 고급이상의 인력으로 투입하여야하며, 인력 상주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제안사에서 부담하여야 함 - 주사업자 투입인력은 전체인력의 50% 이상이어야 하며, 투입인력 전원은 입찰마감일 현재 당해 소속사의 직원으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함 - 본 사업에 참여하는 인력 중 50% 이상은 국내 또는 국외 정보보호 관련 자격증(ISMS, ISO27001, SIS, CISA, CISM, CISSP 등)을 보유하여야 함20일이 조달청 전자입찰 마감시한이었습니다. 입찰 마감 이후 일주일이 다돼가도 아직도 이 사업 재공고가 뜨지 않고 있는데요. 재공고가 나도 업체들이 참여하기 힘들 것을 알기 때문일 겁니다.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고민이 될 것입니다. 전자정부의 정보보호수준제고를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컨설팅 수준을 낮출 수는 없는데, 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현실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좋은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면 결국 죽도 밥도 지을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사업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KISA, 그리고 정부가 지정한 지식정보보안컨설팅 업체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봉착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합니다. 이 사업이 결국 진행되지 못하고 표류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성사시켜 전자정부 보안수준을 더욱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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