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플랫폼 1·2위를 다투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ESG 경영’에 있어서도 나란히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각자 ESG를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 개혁을 위해 전담 조직을 만들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데 몰두하고 있죠. 지난 한 해 코로나19발 언택트(비대면) 바람을 타고 각각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축포를 터뜨리기보다 기업과 구성원, 사회를 돌아보는 행보가 참 반가운데요.
 

ESG는 각각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것으로, 기업이 재무적인 요소 외에 사회책임투자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내 주요 국가들은 ESG 정보 공시 제도를 의무화해 독려하고 있습니다. ESG는 소위 ‘착한 경영’으로도 불리지만, 단순히 기업의 사회공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철저히 이익 중심으로만 움직였던 기업의 체질을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체계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죠.
 

이는 글로벌을 지향하는 네이버와 카카오라면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입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소비자와 시장의 요구는 계속 커질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도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고 사람을 늘리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기술과 인력자원을 찾아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니까요.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무조건적인 경제 가치 창출보다는 이용자와 상생하는 정보기술(IT)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습니다.
 

이에 네이버는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 ESG 전담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각 부서별로 추진하는 ESG 추진 과제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주도하기 위함입니다. 앞서 네이버는 이미 지난해 10월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한 바 있습니다. 원래도 환경이나 사회적 어젠다에 대한 의사결정을 했던 ‘투명성위원회’가 있었는데, 이를 확대해 주요 ESG 기반 투자와 대응을 강화한 것입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1월 말 회사의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면서 네이버 생태계의 지속가능 성장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ESG 위원회 설치와 더불어 ESG 추진 방향과 2040년 카본 내거티브(Carbon Negative) 목표를 수립하고, 연말에는 네이버의 주요 ESG 이슈와 관리 현황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최초로 발간했습니다. 한성숙 대표는 “앞으로 매년 업데이트해 나갈 계획”이라며 ESG 경영 선도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네이버는 ESG 경영 일환으로 중소상공인(SME)과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SME들을 주요 플랫폼 사업 파트너로 두고 있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의 자금 회전을 위해 판매대금의 90%를 한도 제한 없이 배송완료 다음날 정산해주는 ‘빠른 정산’ 시스템을 강화하고, 네이버의 스마트주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SME들의 결제수수료를 코로나19가 극심해진 지난해 4월부터 전액 무료로 하는 등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카카오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지난달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위원장을 맡는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80여개에 이르는 추진과제를 진행 중입니다. 카카오는 올해 ESG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이라고 정의하고, 4가지 중점 영역으로 ▲카카오 방식으로 사회 문제 해결 ▲IT 생태계와 함께 성장 ▲디지털 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기업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 조성 등을 제시했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세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입니다.
 

또 카카오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기업지배구조 헌장도 제정해 공표했는데요. 주주·시장·이사회·감사기구·이해관계자 등 5개 영역에 대한 운영 방향과 함께 독립적인 이사회 감독 아래 경영진이 책임 경영을 수행하는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입하겠다는 내용이 헌장에 담겼습니다. 이 외에도 저탄소 경제 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최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이 재산의 절반 기부 계획을 밝히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죠. 김 의장 개인의 재산 기부이긴 하지만, 경영 승계로 잡음이 잦았던 기존 재벌 구조와 대비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 오는 25일 카카오 구성원들과 함께 기부 방안을 논의하는 사내 간담회도 열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업계는 그가 자선 단체보다 사회적 기업 또는 사회적 활동가를 모집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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