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최근 한밤중 접속장애로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지난 25일 저녁 10시~11시께 넷플릭스 접속 자체가 안되었죠. 전날이 마침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 공개일이어서 트래픽 폭증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습니다만 정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 넷플릭스에선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아서인데요.
 

통신업계에서는 네트워크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오히려 넷플릭스 서버 문제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과거 SK브로드밴드는 해저케이블 단선으로 넷플릭스 접속속도가 느려져 이용자 불만을 산 적이 있죠. 하지만 이번엔 통신사를 불문하고 오류가 났습니다. 또 넷플릭스와 달리 다른 인터넷서비스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만약 이번 접속오류 사태가 정말 넷플릭스 서버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면 다소 민망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캐시서버 구축을 핑계로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에 망 사용료 지불을 거부해왔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ISP들에 무상으로 각국 캐시서버를 구축하는 이른바 ‘오픈 커넥트’ 서비스를 강조해왔습니다.
 

예컨대 넷플릭스는 본사 서버가 해외에 있습니다. 그래서 KT와 SK브로드밴드 가입자들은 국제 해저케이블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넷플릭스와 인터넷TV(IPTV) 독점 제휴를 맺은 LG유플러스에는 국내 캐시서버가 따로 설치돼 있습니다. 본사 대신 한국 이용자 가까운 곳에 자주 찾는 데이터를 따로 모은 캐시서버를 둔 것이죠.
 

무상으로 서버를 만들어주겠다는 오픈 커넥트 정책은 언뜻 보면 훌륭해보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ISP업계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대신 캐시서버로 만족하라는 뜻으로 들리거든요. 넷플릭스가 국내 망에 무임승차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속앓이합니다.
 

그간 넷플릭스는 오픈 커넥트만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자부해왔습니다만 글쎄요. 국내 ISP들은 오픈 커넥트가 어디까지나 보완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지적해왔습니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이용자 수를 보유한 데다 초고화질(UHD) 영상까지 서비스하고 있어 캐시서버로는 트래픽 감당이 어려워 보입니다.
 

시스템 장애에 따른 이용자 보상은 가능할까요? 넷플릭스가 나 몰라라 하면 방법이 없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고객 손해배상 권리를 제한한 불공정 약관으로도 한 차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제외하고는 고객 손해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게 넷플릭스의 이용약관인데, 명확한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국회 문턱을 넘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상황이 좀 나아질까요? 20대 국회는 지난 20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이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개정안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한국 영업소가 없더라도 의무적으로 국내대리인을 지정해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따라야 합니다.
 

ISP든 CP든 망 사용료 분쟁을 떠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 보호’입니다. 적어도 수많은 이용자들에게 불편과 피해를 끼쳤다면 적극적인 해명과 대책을 내놓고 후속 조치를 밟아야 하지 않을까요? 아쉬운 대목입니다.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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