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무선 융합 트렌드 미반영·후발사업자 반발 등 ‘악재 산적’방송통신위원회가 13일 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유선과 무선으로 나눠 각각 매출액의 22%로 제한하는 내용의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이번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유무선 분리 각각 매출액 대비 22% 제한 ▲총액 한도에서 1000억원 유무선 이동 지출 허용 ▲단말기 매출액 총 매출액서 제외 ▲광고선전비 제외 ▲유무선 분리 회계분리기준 도입 ▲분기별 마케팅비 집행 실적 공개 등이다.방통위의 이번 조치는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일단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통신시장은 포화상태기 때문에 한 쪽에서 마케팅 비용을 올리기 시작하면 다른 업체들의 대응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옛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여러 규제가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유무선 분리 규제 현실성 없어=실효성 논란의 핵심은 유무선 융합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KT와 LG텔레콤은 각각 작년 5월과 올 1월 유선과 무선 회사를 통합했다. 통합한 이후 분기 실적발표에서 마케팅 비용을 따로 분리해 계산하기 힘들다며 통합된 금액만 공개해왔다. 때문에 투명한 규제를 위해서는 유무선 통합 규제를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방통위는 지난 1년간 이를 대비한 회계기준을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물론 당사자인 KT와 LG텔레콤마저도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비용을 적게 쓰는 유선 부문 비용을 무선으로 전용했을 때 이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통신사들이 방통위에 제출한 올해 매출액과 마케팅 비용을 살펴보면 KT의 경우 전년대비 올해 유선 쪽에서 1500억원을 더 쓸 수 있다. 이것도 KT가 유선 마케팅 비용을 10%만 쓴다는 가정에서다. 22%를 채울 경우 1조9000억원, 전년대비로는 1조1800억원이 여유로 남는다.◆유무선 1위 사업자 지배력 여전…반발 심화=이번 조치가 유무선 시장 점유율 고착화를 조장하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따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무선 분야의 경우 KT는 3G 서비스에 이어 무선 인터넷 활성화가 기존 구도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작년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등 관련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LG텔레콤도 지난해 매출액 대비 30% 안팎의 비용을 작년에 지출하는 등 1%포인트 가량의 점유율을 늘렸다. 유선 분야의 경우에도 SK브로드밴드와 LG텔레콤은 KT를 따라잡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의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을 사용해왔다.방통위는 이같은 후발사업자의 상황을 고려해 1000억원을 전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연간 무선 마케팅 비용 총액이 5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다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 때문에 최소 2000억원~3000억원 전용을 주장했던 KT는 이번 마케팅 비용 가이드라인 조건에 대해 합의하지 않았다.◆이익규제, 주주반발 예상…휴대폰 가격 급상승 없을 듯=또 방통위의 규제가 주주들의 반발을 초래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방통위는 이번 조치로 줄어드는 마케팅 비용을 투자에 사용 않고 이익을 늘려 배당이 증가할 경우 요금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 가이드라인이라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것인데 배당 등 영업이익에까지 관여하면 주주들이 과연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한편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휴대폰 가격이 급상승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신 휴대폰 제조사의 수익이 악화될 것으로 파악된다. 통신사들은 마케팅 비용 제한에 대비해 휴대폰 제조사들의 출고가 인하와 판매 장려금 부담액 늘리기에 착수했다. 또 연간 총액 제한이기 때문에 상반기까지는 휴대폰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통위에서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보조금 규제가 변수다. 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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