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의 지난 5월 화웨이와 거래를 막았다.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폰 2위 통신장비 1위 업체다. 화웨이는 영향이 없다고 했다. 시장은 달리 봤다. 화웨이의 실적 전망을 하향했다. 생존이 위태롭다는 전망도 나왔다. 제재가 구체화하자 화웨이도 인정했다. 상황이 예상보다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제조업은 기계와 같다. 기계는 톱니바퀴 하나만 어긋나도 멈춘다. 간단한 톱니바퀴라면 다른 곳에 의뢰해 고치면 된다. 하지만 화웨이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한 회사는 톱니바퀴 수준이 아니었다. 머리(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AP)와 동작(운영체제, OS)을 책임지는 곳이었다.

문제는 난국을 타개할 카드가 화웨이에 있지 않다는 점. 화웨이는 중국 업체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경쟁 중이다. 유일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양강체제로 전환하려는 중국의 대결이다. 화웨이는 이 대결의 장기말 중 하나다. 화웨이 제재 완화 논의가 지난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만남에서 나온 이유다. 양국이 화해하지 않는 한 화웨이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일본 기업의 한국 수출을 깐깐하게 심사하겠다고 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품목 3개를 우선 적용했다. 오는 4일부터다.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영향권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최악의 경우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이 멈출 수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대부분의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에 들어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각 분야 주도권을 쥐고 있는 업체다. 세계 ICT기기 업계 충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역시 이들 기업이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운다. 일본 정부는 부인했지만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 국내외의 관측이다. 우리 정부도 이렇게 판단했다.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예정이다. WTO 제소는 실리보다 상징적 의미가 크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내렸을 때도 그랬다. 어느 한 국가가 양보하지 않는 한 상황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 일을 결정한 배경엔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도 있다는 평가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한국 때리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일본 국내 정치적 상황이 변수가 아닌 상수인 셈이다. 미국과 중국 못지않게 한국과 일본의 관계도 복잡하다. 일본은 비자 발급 엄격화 등 또 다른 보복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측의 어려움을 더한다. 세계화가 가져온 자유무역과 분업체제가 흔들린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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