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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유통법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지원금이 문제다. 제조사가 지원금 상한을 폐지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지원금 상한제 탓에 ‘국내 휴대폰 시장이 축소됐고 이 때문에 제조사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는 추세다. 정부는 발끈했다. 지난 8일 국내 시장 동향 등을 담은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지원금 부분은 단말기유통법 제정 과정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지원금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같이 조성한다. 통상 제조사 몫이 크다. 때문에 통신사와 제조사 각각 지원금을 공시하는 분리 공시가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제조사가 반대해서다. 특히 삼성전자가 반발했다. ‘영업비밀이 노출’된다는 이유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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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원금은 법에서는 3년 일몰, 시행령에서 상한과 공시 폭을 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유통 쪽에서 상한을 없애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10개월째. 유통점에 이어 제조사로 지원금 상한 폐지를 요구하는 측이 늘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통신사와 정부 일각에서도 지원금 상한 폐지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통 입장에서는 지원금 상한이 없어야 소득이 늘어난다. 유통점이 지원금 상한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유통점은 가입자 유치 수수료가 주 수익원이다. 기기변경보다 번호이동이 활성화 돼야 기회가 생긴다.

정부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이동전화 가입자는 ▲신규 36.9% ▲번호이동 38.9% ▲기기변경 26.2%다. 지난 6월 이동전화 가입자 비중은 ▲신규 25.5% ▲번호이동 23.8% ▲기기변경 50.6%다. 번호이동에서 기기변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 지원금 상한 폐지는 번호이동 반등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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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유통법이 지원금을 투명화 한 것은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장사가 안 되면 가격이 내리는 것이 시장원리다. 쓰던 돈을 못 쓰면 시장은 당연히 준다. 시장을 다시 키우려면 가격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제조사의 요구는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지원금 활용 폭을 넓혀달라는 것. 단말기유통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 역시 2011년부터 매년 10% 국내 단말기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을 예로 들며 제조사가 억지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제조사가 가격을 낮추지 않고 지원금을 마음대로 쓰는 것을 선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100만원 스마트폰을 70만원을 들여 10대 파는 것과 70만원 스마트폰을 40만원 들여 10대 파는 것 결과는 같지만 모양새가 다르다. 손에 쥔 돈 300만원은 같다. 그러나 전자는 매출 1000만원 후자는 매출 700만원이다. 기업에겐 전자가 낫다. 또 70만원과 40만원 덜 쓰면 덜 쓰는 대로 이익이다. 70만원이 40만원보다 기대이익이 크다. 단말기유통법 이전 불투명했던 시장에서 소비자가 겪었던 바로 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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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는 누가 지원금 상한 폐지를 원할까. 답은 앞에 나와 있다. 번호이동이 활성화 돼야 판을 바꿀 수 있는 측이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LG유플러스만 가입자 순증세다. 다른 측면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계사를 돕기도 편하다. 지원금을 특정사 제품에 집중 투하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다른 제조사가 이의를 제기하면 통신사 돈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다. 돈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우선 도구다. 지난 20년 이동통신 경쟁이 그랬다.

정부는 인위적 규제라는 시각이 부담이다. 박근혜 정권 임기 내에 시장 변화 성과를 자랑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는 현 정부 이후 존속 여부도 불투명한 부처다. 시장 개혁은 장기적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단말기유통법 제정 단계서부터 정부가 강조했던 것이다. 지원금 상한제에 3년 일몰을 적용한 것도 최소 3년은 운영해야 판단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벌써 정책 성공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단말기유통법 이후 ‘애플만 득을 보고 팬택은 망했다’는 시각은 전형적인 애국주의 마케팅이다. 같은 가격에 같은 지원금을 주니 애플만 팔린 것이다. 즉 소비자 속에 제조사는 ‘애플>삼성전자>LG전자>팬택’ 순이다. 그동안은 애플이 사고 싶었는데 지원금을 더 준다니 삼성전자를 산 것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각사가 경쟁사에 비해 가격을 더 내리거나 성능을 더 높이거나 디자인을 더 예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지 지원금을 푸는 것은 속임수다. 너도나도 시장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제 실속 차리기 쉬운 방향으로 법을 끌어가려고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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