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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는데 역시다. 2일 삼성전자 메신저 ‘챗온’은 더 이상 메시지를 다른 이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만들어 놓은 대화방과 새 연락처는 자동으로 등록은 되지만 메신저로서 기능을 잃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12월19일 한국시간 2015년 2월1일 오전 9시부로 챗온을 종료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챗온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1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2011’서 선보인 메신저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시작해 윈도와 아이오에스(iOS) 그리고 블랙베리 OS까지 영역을 넓혔다. 모바일에서 PC까지 전 플랫폼을 감당했다. 9개 언어를 지원해 수용 범위 면에선 단연 독보적 글로벌 메신저였다.

삼성전자는 챗온 육성을 위해 삼성전자 스마트 기기에 사전탑재를 선택했다. 삼성개발자회의 시간 할애는 물론이다. 챗온 애플리케이션개발도구(API)를 개방해 다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유롭게 메신저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서비스 2년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넘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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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온이 망한 이유는 주변을 보면 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도 카카오톡을 주로 쓴다. 폰에 깔려 있어도 실수로 로그인을 한 번 한 것뿐 지우거나 잊는다. 메신저는 나와 대화를 나눌 상대방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작년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메신저 망명 바람이 불었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카카오톡으로 사용자가 회귀한 것도 그래서다. 해외는 해외대로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챗온 종료에 대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헬스, 모바일 커머스 등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챗온은 범용성과 사용성 측면에서 분명 최고의 메신저였다. 삼성전자가 1년에 파는 스마트 기기 수량을 생각하면 확산성도 최상에 속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1년 9월부터 지난 2014년까지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공급한 스마트폰은 8억8550만대다. 3분의 1만 건졌어도 3억명을 챗온에 담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최근 애플과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소비자에게 ‘삼성전자만의 가치’를 전달하는데 실패해서다. 소비자는 ‘삼성전자’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런 날이 올 것을 삼성전자 역시 이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를 사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데 실패했을 뿐이다. 챗온도 그중 하나다.

삼성전자를 사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데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4분기 중국에서 점유율 3위로 한 계단 더 떨어졌다. 작년 3분기부터 1위는 샤오미다. 4분기에는 애플에 밀렸다. 샤오미가 어떤 평가를 받든 중요치 않다. 그런 평가에도 불구 중국 소비자는 샤오미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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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써 삼성전자가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타이젠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OS 생태계 창출 또는 삼성전자 전자제품을 축으로 하는 삼성 월드의 창출 두 가지다. 숙제의 내용은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다.

삼성전자는 일단 타이젠TV라는 카드를 꺼냈다. 타이젠은 제2의 챗온이 될 것인가 제2의 iOS가 될 것인가. 삼성전자는 세계 TV시장 1위다. 챗온처럼 시장 진입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타이젠TV가 소비자에게 특별한 가치를 주지 못한다면 타이젠도 챗온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타이젠TV가 삼성전자TV가 아니라 타이젠TV로써 성공해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도 살릴 수 있다. 인도에 첫 선을 보인 타이젠폰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을지는 타이젠TV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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