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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통신시장에 자급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자급제는 통신사가 독점 관리해 온 단말기 고유번호 국제모바일기기식별코드(IMEI)를 개방형으로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휴대폰 유통 자율화, 블랙리스트 제도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12년 5월1일 국내에 이 제도를 시행하며 자급제로 명칭을 통일했다.

간단히 보면 통신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휴대폰을 유통할 수 있는 길이 자급제다. 소비자는 마음에 드는 폰을 구입한 뒤 원하는 통신사로 가입을 하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자급제는 통신사가 고액 보조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상술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장점, 각각을 따로 구매하고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단점이다.

자급제가 부상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가계통신비 인하 카드로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자급제를 주장하는 쪽은 이를 통해 단말기 가격 인하와 통신비 절감을 실현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런데 지금 논의하고 있는 완전 자급제는 어폐가 있다. 사실 이미 국내는 지난 2012년 5월1일자로 완전 자급제로 전환했다. 여전히 통신사 중심 유통망이 가장 힘이 있을 뿐이다. 통신사 중심 유통망이 힘이 있는 이유는 이해당사자의 선택 때문이다. 모든 회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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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제 활성화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제조사다. 통신사를 벗어나 독자 유통을 해서 얻을 경제적 효과가 크다면 당장이라도 안 할 까닭이 없다. 당장이라도 안 하는 까닭은 경제적 효과가 적어서다. 2012년 5월 기사의 상황과 2014년 12월 상황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해외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연간 200만대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위해 독자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더구나 한국은 외산폰의 무덤이다. 통신사에 한 번에 대량 납품하는 것이 낫다.

대형 유통점은 어떨까. 여기도 그다지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다. 제조사가 물건을 공급하더라도 이윤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통신사가 불법 보조금을 주고라도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은 통신비로 이윤을 남길 수 있어서다. 가계통신비 인하 일환으로 추진되는 자급제는 유통이익으로 먹고사는 유통점에겐 달갑지 않은 접근법이다. 통신사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언제 유통점을 향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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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진하는 완전 자급제는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판매를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신사를 통한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판매를 분리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은 눈을 감고 있다.

이 법이 현실화 되면 제조사는 우선 전국 유통망을 자체적으로 꾸려야 한다.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제조사가 몇이나 될까. 유통을 직접 책임진다는 것은 재고도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또 선입급 된 매출을 통해 자금을 돌리던 경영을 수정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 자본주의 논리와도 맞지 않다. 아울러 3만7000여개 판매점은 각자 도생해야 한다. 사장만 따져도 딸린 식구가 10만명이 넘는다. 이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분명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얽히고설킨 국내 통신시장의 왜곡을 단시간에 해소할 수 있는 이상적 방안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지금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 먼저다.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다. 단통법 효과가 본격화 되면 완전 자급제는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한 발 두 발 현실화 될 수밖에 없다.

비현실적 방법으로 시장을 흔들고 소모적 논쟁일 만드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가계통신비는 정쟁의 수단이 아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통신 산업을 국가가 관장하고 국가가 요금과 기기 가격을 정하자는 주장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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