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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만리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정말 큰 싸움이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연이다. 출발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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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해명에 대해 삼성전자는 마뜩치 않아 했다. 독일 다른 매장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그래도 이 일은 ‘LG전자의 망신’에서 정리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불편한 심기는 해소되지 않았나보다. 14일 삼성전자는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사진> 등을 국내 검찰에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이제 정말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 됐다.

다음은 삼성전자의 LG전자 수사의뢰 입장 원문이다.

IFA 기간 중 독일 유통점 세탁기 손괴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국내업체 사장으로 밝혀져”
- 국가적 위신 고려해 전시회 끝난 후 국내에서 수사의뢰

삼성전자는 지난 IFA 기간중 유럽 최대 양판점 자툰(Saturn)사(社)의 독일 베를린 유로파센터(Europacenter) 및 슈티글리츠(Steglitz) 매장에서 발생한 삼성 세탁기 크리스탈 블루 손괴 사건과 관련하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국내업체의 사장 등을 수사의뢰 하였습니다.

현지 및 국내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국내업체의 임직원들이 9월3일 베를린 소재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에서 삼성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를 파손시키다가 적발되어 매장측에 세탁기 4대에 대해 변상조치를 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다른 매장의 제품을 점검하던 중 자툰 슈티글리츠(Saturn Steglitz) 매장의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 3대가 동일한 형태로 손괴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현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슈티글리츠 매장 측과 삼성전자가 CCTV를 확인한 결과 양복 차림의 동양인 남자 여러 명이 제품을 살펴보다가 그 중 한 명이 세탁기를 파손시키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을 확인했고, 제품을 파손시킨 사람은 다른 매장에서 당사 제품을 파손시키다가 적발된 직원이 소속된 회사의 사장으로 확인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제품을 파손시킨 사람이 국내업체 사장이라는 점을 확인했지만, 국가적 위신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해당 국가에서는 사안을 확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를 파손시켜 소비자들에게 원래부터 하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제품이미지를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여기에 더해 거짓해명으로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을 교묘히 비하해 당사 임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 가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독일 현지에서 당사의 제품이 특정업체에 의해 손괴돼, 당사가 명확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에서는 '자국 기업의 이전투구', '진실 공방'식으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사법기관의 판단을 구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아울러 기업간의 올바른 경쟁질서 확립 차원에서도 진실 규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유수의 가전 및 정보기술(IT)업체와 전력을 다해 경쟁하고 있는 이 시점에 국내업체의 최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진실을 가리기 위해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애초에 이 일은 LG전자가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입장을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사법처리까지 간 것은 ▲LG전자가 책임을 인정치 않고 양사 갈등으로 여론전을 꾀한 것 ▲해명을 빌어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의 품질을 비하한 것에 대한 불쾌감과 이를 통해 세탁기 품질을 인정받겠다는 의도가 읽혀진다.

LG전자는 이날 삼성전자의 고소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금일 ‘경쟁사 수사의뢰’ 관련해 아래와 같이 알려드립니다.

-당사가 특정 회사의 제품을 파손시켜 그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당사 임직원들이 직접 그런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상식적일 것입니다. 또 해당 현지 매장은 일반 소비자들 누구든지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살펴 볼 수 있는 양판점이었습니다.

-당사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해당 매장을 방문해 여러 제품을 살펴 본 사실이 있습니다.

-해외 출장 시 경쟁사 현지향 제품과 그 사용환경을 살펴보는 것은, 당사는 물론 어느 업체든 통상적으로 하는 일입니다.

-당시에도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세탁기를 비롯한 국내외 회사 백색가전 제품들의 사용환경을 두루 살펴보았습니다.

-다른 회사 세탁기들과는 달리, 유독 특정 회사 해당 모델은 세탁기 본체와 도어를 연결하는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습니다.

-여러 회사 제품을 똑같이 살펴보고 나왔으나, 해당 매장 측에서는 당사 임직원 방문 후 지금까지 당사에 어떠한 요구도 없었습니다.

-이번 일이 글로벌 세탁기 1위 업체인 당사에 대한 흠집 내기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당사는 앞으로도 선의의 경쟁과 지속적인 품질향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욱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검찰조사에 적극 협조해 나가겠습니다.


앞서 사건 당일 해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가 자극을 받은 ‘다른 회사 세탁기들과는 달리, 유독 특정 회사 해당 모델은 세탁기 본체와 도어를 연결하는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습니다’ 문구는 그대로다. 해명을 빙자한 디스다. 역시 삼성전자가 다시 LG전자에 대한 폭로의 수위를 높였다.

국내업체 해명에 대한 당사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여전히 사과는커녕 거짓해명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한 회사의 최고 임원이 남의 매장에서 제품을 파손시켜 놓고 떠난 것은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해당 회사는 "해당 매장측에서 지금까지 어떠한 요구도 없었다"고 해명했는데, 이미 독일 자툰 슈티그리츠 매장측에서 9월 5일 베를린 45구 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습니다.

진실은 한국 사법기관에서 밝혀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LG전자도 수비에 나섰다.

경쟁사 추가 자료에 따르면 “독일 자툰 슈티그리츠 매장측에서 9월 5일 베를린 45구 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다”고 했으나,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현재까지 당사 독일법인은 물론 본사도 매장측과 경찰당국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습니다.

이에 기존 참고자료에서도 “해당 매장측에서는 지금까지 어떠한 요구도 없었습니다”라고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LG전자 사장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는 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이다. 조 사장은 LG전자의 세탁기 등 생활가전 사업 수장이다. ‘세탁기 박사’라고 광고에까지 나오는 그 인물이다. LG전자의 스타 전문경영인 중 한 명이다. 세탁기는 전 세계에서 LG전자가 삼성전자에 앞서는 몇 안 되는 상품 중 하나다.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는 삼성전자가 LG전자를 잡기 위한 히든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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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진 사실로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LG전자에 비해 유리한 입장이다. 삼성전자 세탁기 7대가 동일한 형태로 고장이 났다. 독일 자툰 유로파센터(4대) 및 슈티글리츠(3대) 매장에서다. 유로파센터 고장 세탁기 4대는 LG전자가 구입했다. 제품을 파손시키는 현장에서 직원에게 잡혔다.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이 출동해 정리했다. 슈티글리츠 매장 3대는 나중에 파손을 발견했다. CCTV를 매장과 삼성전자가 확인하니 삼성전자가 보기에 조 사장이 제품을 부순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까지는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라고 여겨도 무방하다.

LG전자 조 사장 등이 사법처리 수순을 밟는 것은 불가피하다. LG전자의 최상의 결과는 무혐의 처분이다. 아니면 이렇게 된 마당에 삼성전자를 논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고죄로 맞고소를 하는 방법이 있다.

삼성전자가 고소한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혐의 중 명예훼손을 제외한 두 가지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손을 떠났다. 무고죄로 삼성전자를 진흙탕에 끌어들여도 업무방해와 재물손괴에서 처벌을 받게 되면 도루묵이다. 기소유예를 받아도 유죄는 유죄다. ‘삼성전자를 흠집내기 위해 세탁기를 의도적으로 손괴했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사실이 된다.

어찌됐든 삼성전자의 고소로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 힌지 강도 문제는 검찰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다른 제품과 유사한데 파손됐다면 삼성전자 말대로 의도적인 것이 다른 제품에 비해 약해 파손됐다면 LG전자 말대로 억울할 따름일 것이다. 기소 여부도 여기서 갈릴 전망이다.

사건 이후 10일 가량이 지난 지금 경쟁사 사장을 고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혐의를 입증할 자신이 있다는 삼성전자의 속내가 엿보인다.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최고위층의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가 빼든 칼에 LG전자가 어떤 방패를 꺼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LG전자와 조성진 사장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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