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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애플도 스마트시계 시장에 진출한다. 2015년 초부터 판매다. 제품명은 ‘애플워치’. 가격은 349달러(36만원)부터다. 이 제품은 애플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애플의 첫 신규 시장 진출이다.

잡스 시대 애플은 혁신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하드웨어와 음원으로 나뉜 음악 유통 질서를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통해 하나로 묶었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아이패드는 태블릿이라는 기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그토록 노력해도 소용없는 분야였다. 애플의 성공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즉 하드웨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업계와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애플의 힘은 제품과 소프트웨어뿐이 아니다.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빠질 수 없다. 애플 제품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 다른 어느 업체보다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이것이 애플이 갖고 있는 유무형 자산이다.

9일(현지시각) 애플이 공개한 애플워치는 기존의 스마트시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애플워치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는 내년 후반부터 동작한다. 결국 스마트시계 시장에 대한 애플의 접근법은 여전히 앞서 언급한 애플의 강점이 유효한지 알아볼 수 있는 시험대다.

이는 스마트시계 시장에 대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일반적 접근법과는 다르다. 애플의 전략은 ‘스마트’보다 ‘시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플로서는 이례적으로 2종의 화면 크기와 몸체 시계줄 등을 다양하게 가져갔다. 11개의 시계 화면과 조합을 하면 개인별로 각기 다른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사람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을 준비가 됐다”며 “애플워치는 우리가 만든 제품 중 가장 개인화 된 제품이다”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강조했지만 시계 용두를 사용자환경(UI)에 녹인 ‘디지털크라운’ 외에 크게 눈에 띄는 하드웨어적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패션으로서 접근은 애플만 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등 다른 ICT업체도 했던 일이다. 스마트시계는 아직 스마트하지 않다. 시계 대신 스마트시계를 사도록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던 팔목에 스마트시계를 채우는 것보다 공략하기 쉽다. 누구나 패션을 꺼내들었던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시계 구매자 입장에서 20~40만원을 주고 ‘삼성’ 시계를 사기는 어쩐지 아깝다. 차라리 중저가 시계 전문 브랜드 제품이 낫다. 이 면에서 따져보면 전통적 시계 제조사와 경쟁할 수 있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 ICT업체는 애플뿐이다.

애플은 패션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까. 이 전략의 성공여부는 향후 애플의 미래를 결정하는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스마트기기 업계는 더 이상 특정 회사가 기술과 생태계 강점을 내세워 독주하기 어려워졌다. 기술 싸움은 평준화 됐고 가격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소품종 다량생산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했던 애플의 수익구조는 한계에 봉착했다. 애플의 시도는 브랜드 자체가 부가가치가 되는 명실상부 패션의 영역이다.

잡스의 유산이 남아있는 지금이 이를 실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인가 마니아의 전유물이 될 것인가. 성공한다면 애플은 삼성전자 등 다른 ICT기업과는 다른 반열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실패한다면 아이팟 이전 애플 곧 잡스 복귀 이전 애플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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