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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MHz 주파수를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5년째다. 이 주파수는 지상파 방송 디지털전환에 따라 2013년 정부가 회수한 주파수다. 2010년부터 정부는 이 주파수를 어떻게 사용할지 이용계획을 수립해왔다. 주파수는 무선 서비스를 위한 필수요소다. 유한 자원이다. 주파수가 있고 없고는 서비스의 존폐뿐 아니라 업계 판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통신기술 발전과 이에 따른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 급증 등 전 세계적 추세는 700MHz를 통신에 배정하는 양상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도 700MHz를 차세대 이동통신 공통대역으로 배정했다.

지난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도 700MHz 주파수 108MHz 중 40MHz를 통신용으로 쓰기로 정했다. 나머지 68MHz를 두고 이것도 통신에 써야 한다는 통신사와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해 필요하다는 지상파 방송사가 대립해왔다. 정부도 자체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끼어들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정부 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이 급물살을 타며 20MHz폭의 주인은 정부가 되는 분위기다. 남은 것은 48MHz다.

그러자 방통위 일각과 방송사가 지난 정부가 정한 통신용 40MHz는 무효라며 88MHz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정책의 영속성과 신뢰도 손상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국민 편익보다 정치적 관점서 지상파 방송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파수 정책을 정치적 관점에서 결정할 경우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의 미래에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정권 유지에 도움은 될 수 있지만 ICT 산업은 성장동력을 잃는다. KT의 지난 4년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2011년 7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상용화 할 때만해도 KT가 이렇게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는 적었다. KT의 무선 경쟁력 약화는 2010년 주파수 전략 실패가 원인이 됐다.

2010년 방통위는 ▲800MHz(20MHz폭) ▲900MHz(20MHz폭) ▲2.1GHz(20MHz폭) 주파수 할당을 실시했다. 800MHz와 2.1GHz는 각각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반납한 것을 900MHz는 주파수 재배치를 통해 확보한 주파수다. KT는 당시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원하는 주파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대신 800MHz나 900MHz를 받을 경우 1.8GHz 20MHz폭을 반납해야 했다. KT는 그 때 ▲1.8GHz 40MHz폭 ▲2.1GHz 40MHz폭 ▲2.3GHz 30MHz폭의 주파수를 갖고 있었다. KT의 선택은 900MHz. 800MHz는 LG유플러스로 2.1GHz는 SK텔레콤에 돌아갔다.

이 선택은 KT에게 독약이 됐다. KT는 1.8GHz 반납으로 국내 통신사 중 가장 먼저 광대역LTE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LTE 상용화도 경쟁사보다 6개월 뒤쳐졌다. 2세대(2G) 이동통신을 종료한 뒤 LTE로 들어가려던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다. 1.8GHz에 2G 이용자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LTE 서비스는 불가능했다. 900MHz는 간섭 문제로 작년 하반기 들어서나 이용이 가능해졌다.

반면 LG유플러스는 2010년 확보한 800MHz를 2011년 7월 LTE 메인 주파수로 써 먹었다. SK텔레콤은 3세대(3G) 이동통신 가입자 확대 대응용으로 2.1GHz를 활용했다. 4배 빠른 LTE가 관심을 끌자 이제 4배 빠른 LTE용, 즉 LTE 3번째 주파수로 2.1GHz를 사용하려하고 있다.

KT가 2010년 2.1GHz를 받았다면 KT는 LTE 서비스 출발부터 광대역LTE가 가능했다. 3G 트래픽 증가에 인한 추가 투자 부담도 덜 수 있었다. LG유플러스는 LTE 도입이 미뤄졌을테고 SK텔레콤은 3G 데이터 트래픽 문제로 고객 불만을 피할 수 없었다. KT가 무선 시장서 독보적 존재가 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2011년 주파수 경매는 KT에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2011년 매물은 KT 자신이 반납한 1.8GHz 20MHz폭과 ▲800MHz 10MHz폭 ▲2.1GHz 20MHz폭 등이다. 2.1GHz는 LG유플러스에 배정돼 누가 1.8GHz를 가져가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과는 SK텔레콤의 승리. KT는 경매 중간 포기를 선언하고 800MHz로 말을 갈아탔다.

SK텔레콤은 1.,8GHz를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용으로 쓰다가 새 주파수를 더해 광대역LTE로 사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1GHz를 LTE-A용으로 이용하다가 4배 빠른 LTE용 3번째 LTE 주파수로 전환했다. KT가 가진 800MHz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놀고 있다. KT는 4배 빠른 LTE에 투입할 주파수가 없다. 이제 와서 3G용으로 쓰던 2.1GHz의 일부를 전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허용 여부와 결정 시기에 따라 또 다시 네트워크 경쟁력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뒤쳐질 처지에 놓였다.

국내 통신사는 4배 빠른 LTE까지 전 세계 LTE 시장을 이끌었다. 가입자가 적음에도 불구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이사회에 SK텔레콤과 KT가 참여하는 것은 한국의 LTE 기술력을 인정해서다. 국내 통신사의 국제적 위상 승격은 국내 ICT업계 성장도 뒷받침한다. 국제표준 등 기술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주파수가 없으면 더 이상은 힘들다. 700MHz는 전 세계적으로 광대역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파수다. KT의 사례에서 보듯 지금의 결정은 향후 10년 아니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통신기술 경쟁에서 밀리면 이 인프라를 통해 성장해 온 모든 생태계가 무너진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방통위는 2013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보고서에서 유료방송 없이 지상파만 시청하는 비율을 6.8%라고 밝힌 바 있다. 통신 서비스는 전 국민이 이용한다. 6월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5567만966명이다. LTE 이용자는 3260만152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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