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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팬택의 미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팬택은 국내 휴대폰 점유율 3위 제조사다. ‘스카이’와 ‘베가’가 일반폰과 스마트폰 대표 브랜드다. 글로벌 기업 틈바구니에서 23년 동안 휴대폰 한 우물만 팠다. 이런 팬택이 지난 3월 2차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8일은 워크아웃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마감일이다. 워크아웃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팬택이 쓰러지면 국내 휴대폰 제조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대기업만 남는다.

팬택 워크아웃을 추진 중인 곳은 팬택 채권금융기관협의회다. ▲산업은행(지분율 11.81%) ▲농협(5.21%) ▲우리은행(4.95%) ▲신용보증기금(4.12%) ▲하나은행(3.49%) ▲수출입은행(2.78%) ▲신한은행(2.55%) ▲국민은행(1.75%) ▲대구은행(1.16%) 등 9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돼있다.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이들은 워크아웃 방안으로 채권단 3000억원 출자전환 통신사 1800억원 출자전환을 내밀었다. 통신사 출자전환을 조건으로 채권단 출자전환은 의결한 상태다. 출자전환은 빚을 주식으로 바꾸는 일을 일컫는다.

모양새는 통신사가 명줄을 쥔 듯싶지만 실상은 다르다. 채권단은 이미 제공한 담보가 없는 채무를 출자전환하지만 통신사는 팬택의 휴대폰 보조금 1800억원을 부담하는 형태다. 즉 신규 투자 없이 채권단은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통신사는 팬택 제품 재고를 홀로 떠않아야 한다. 채권단은 통신사가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실리’를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명분’을 얻는 구조다. 통신사는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금전적 손실’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도덕적 손실’을 얻는 구조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개별 기업의 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팬택 주채권은행이 산업은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분석이 옳아 보인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이다. 일반적으로 시장 경쟁은 다자구도가 바람직하다. 최소 3개 이상 경쟁을 해야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독점 담합 등을 방지해 건전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기술개발 등 연구개발(R&D) 경쟁을 유도해 전체 산업 진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ICT업계 특히 통신에서 정책방향은 이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정부와 시장은 이를 유효경쟁정책으로 지칭했고 LG유플러스가 수혜자다. LG유플러스는 통신사의 근간인 주파수 정책부터 접속료까지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LG유플러스는 ‘만년 꼴등’에서 ‘롱텀에볼루션(LTE) 경쟁 선도자’가 됐다.

주파수 경매 첫 시행인 2011년 LG유플러스는 2.1GHz 주파수를 최저가에 받았다. SK텔레콤과 KT를 배제한 경매였기 때문이다. 당시 LG유플러스 이상철 대표는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표현으로 동정표를 얻었다. 사용자가 거는 전화에 대한 통신사별 사후 정산체계인 접속료의 경우 2002년 시작한 사업자 차등 정책으로 약 1조원의 이익이 LG유플러스로 돌아갔다. 2004년 시작한 번호이동제도를 온전히 써먹은 곳은 LG유플러스다. SK텔레콤과 KT는 2005년부터 LG유플러스 가입자를 뺏을 수 있었다.

팬택은 이런 정책적 지원 없이 23년 동안 삼성전자 LG전자와 겨뤘다. 팬택의 이번 경영위기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 3사 45일 사업정지가 결정타였다. 팬택과 협력업체 550여곳의 임직원은 약 8만명이다. 일자리만 따져도 정부가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자리 창출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그나마 있는 일자리까지 없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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