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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돌아왔다. 소니가 국내 통신사에 2년 10개월 만에 신규 휴대폰 공급에 성공했다. KT가 소니의 ‘엑스페리아 E1’을 출시했다. 소니는 지난 2011년 10월 SK텔레콤을 통해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레이’를 판매한 뒤 국내 통신사와 공급 계약을 맺지 못했다. 소니는 지난 2009년 3월 ‘엑스페리아 X1’으로 SK텔레콤의 손을 잡고 한국에 진출했다. SK텔레콤이 손을 놓친 뒤 소니가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엑스페리아S’와 ‘엑스페리아Z’ ‘엑스페리아Z2’ 등은 휴대폰 제조사가 유통을 책임지는 자급제로 들여왔다.

이 기간 소니의 휴대폰 사업은 큰 변화를 겪었다. 전 세계적 사업 조정이 있었다. 소니는 에릭슨과 함께 만든 소니에릭슨을 통해 휴대폰 사업을 해 왔다. 소니는 소니에릭슨의 에릭슨 지분을 인수해 휴대폰 사업을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2012년 2월 소니에릭슨은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로 사명을 바꿨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소니의 스마트폰 판매량과 점유율은 ▲2009년 80만대(0.5%) ▲2010년 1070만대(3.6%) ▲2011년 2110만대(4.3%) ▲2012년 3070만대(4.4%) ▲2013년 3840만대(3.9%) 등이다. 판매량은 증가지만 점유율 상승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니 최고경영자(CEO) 히라이 가즈오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2’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소니의 전자사업을 강력하게 다시 세우는 일에 소니모바일케이션즈가 가장 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TV 수익 개선 등 몇 가지 사안이 해결돼야 하지만 소니 스마트폰 ‘엑스페리아’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역설했다. 올해 열린 ‘MWC2014’에서는 “소니는 60년 이상 전자제품을 제작하고 디자인하고 생산해 온 회사”라며 “이제 모바일 기기에 이런 노하우를 모두 집약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모바일을 중심에 두고 가전과 콘텐츠를 묶는 ‘하나의 소니’ 전략을 재확인했다.

한국은 그리 매력적 시장이 아니다. 시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해외 업체가 자리 잡기 녹록치 않다. 삼성전자라는 세계 1위 업체의 텃밭이라는 점도 있지만 통신사가 유통망을 쥐고 있는 점이 만만치 않다. 통신사를 통해서가 아니면 제대로 물건을 팔 수 없다. 출고가를 높게 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불투명한 시장 구조 역시 관행이라고 하기에는 넘기 어려운 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는 한국 시장의 문을 왜 다시 두드렸을까. 왜 다시 통신사의 손을 잡았을까.

우선 국내 통신사 전략이 바뀌었다. 이동통신 기술 전환(3G→LTE)이 마무리 단계다. 통신 3사 공용 스마트폰이 보편화 됐다. 즉 통신사별 차이를 찾기 어려워졌다. 특화 스마트폰 출시로 고객을 유인하려는 통신사 니즈(Needs)가 높아졌다.

특히 삼성전자 지배력 상승은 통신사 경쟁 구도까지 흔드는 상황이 됐다. 극단적인 예는 통신 3사의 3배 빠른 롱텀에볼루션(LTE) 세계 최초 경쟁이다. SK텔레콤의 승리로 끝났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세계 최초 3배 빠른 LTE폰인 삼성전자 ‘갤럭시S5 광대역LTE-A’ 출시 시기였다. KT와 LG유플러스로서는 억울한 노릇이다. 삼성전자가 아닌 제 3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스마트폰 초기처럼 다른 제조사의 제품 경쟁력이 미흡한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의 성능을 가르는 주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평준화 됐다.

아울러 소니 자체가 갖고 있는 숙제를 해결하기에 한국은 매력적 시장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측면서 테스트 배드 의미보다 마케팅 측면서 테스트 배드다. 소니의 사업재편은 진행형이다. 여기에는 전 세계적 지사 운영 전략도 포함된다. 한국은 이미 모바일과 기존 제품 판매 조직을 합쳤다. 앞서 언급했듯 소니는 모바일과 콘텐츠 가전을 하나로 묶는 하나의 소니 전략으로 회사를 재편하고 있다.

한국은 모바일을 제외한 제품과 콘텐츠를 이미 판매하고 있는 시장이다. 소니 콘텐츠의 핵심인 게임과 게임기기에 대한 고정 수요도 크다. 주변기기 판매량도 괜찮다.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는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모바일 제품이 있어야 이를 연결한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소니 제품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연동되기 때문에 꼭 모바일 판매량이 높지 않아도 주변기기 및 콘텐츠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도 “하나의 소니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모바일이 빠질 수 없다”라며 “예전처럼 모바일 제품을 많이 팔겠다는 전략보다는 전체 소니 제품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위험성은 그대로다. 통신사 중심 시장 분위기도 그렇고 삼성전자 지배력도 여전하다. 그래서 소니는 당분간 투 트랙 접근법을 가져갈 방침이다. 프리미엄 제품은 자급제 중심 직접 유통 보급형 제품은 통신사 중심 유통 전술이다. 국내 업체처럼 보조금을 쓸 수 없기에 취한 고육책이다.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한 것도 있다. 프리미엄 제품은 프리미엄답게 가격 변동을 적게 가져가는 대신 보급형은 확실하게 출고가를 낮춰 보조금 없이 팔 수 있도록 설정했다.

소니의 한국 재진출이 성공할 수 있을까. 판가름은 오는 10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 시행 뒤에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단말기 유통법이 취지대로 효과를 발휘할 경우 보조금 여력이 없는 회사도 한국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테고 그렇지 못할 경우 예전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그렇다하더라도 소니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소니가 부활할 가능성은 크다. 하나의 소니 전략 자체가 갖는 경쟁력을 증명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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