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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에 ‘황금주파수’ 마케팅이 한창이다. 서로 다른 주파수를 황금주파수라고 우기고 있다. KT는 아예 황금주파수라는 단어를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황금주파수는 무엇일까.

주파수는 무선 통신의 필수재다. 어떤 주파수로 어떤 통신서비스를 하는지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의가 달라진다. 황금주파수는 바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주파수를 일컫는다.

황금주파수는 이동통신 기술 발전에 따라 변해왔다. 국가나 지역에 따라서도 황금주파수는 달라진다. 2세대(2G) 이동통신 시절은 황금주파수냐 아니냐를 주파수 특성에 따라 구분했다. 하지만 세대가 진화하는 동안 세상은 글로벌화 됐고 자동로밍과 단말기 및 네트워크 장비 수급 용이성이 황금주파수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바뀌었다.

국내는 2G 이동통신과 3세대(3G) 이동통신 시절에는 황금주파수가 명확했다. 2G는 800MHz가 3G는 2.1GHz가 황금주파수다.

2G 이동통신은 SK텔레콤은 800MHz로 KT와 LG유플러스는 1.8GHz 주파수를 사용했다. 국내 2G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로 제공했다.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서 지원한 비동기식(GSM)과 기술이 달라 자동로밍은 불가능했다. 국내 서비스를 누가 더 잘할 수 있는지가 황금주파수를 결정했다.

주파수는 저주파일수록 멀리가고 투과율이 좋다. 즉 더 적은 기지국을 세워도 산간벽지나 건물 내부와 지하 등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하다. 800MHz SK텔레콤이 1.8GHz KT와 LG유플러스보다 품질에서 앞섰던 이유다.

GSM쪽은 900MHz가 황금주파수다. GSM의 본류인 유럽 대부분이 900MHz로 2G 서비스를 했다. 자동차로 국가를 오가는 유럽이 900MHz으로 묶였으니 전 세계적으로 900MHz는 2G 시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3G 이동통신은 SK텔레콤과 KT가 서비스 중이다. 모두 2.1GHz다. 3G로 접어들며 국내 통신사는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를 굳혀가던 GSM 계열 기술로 갈아탔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로밍 필요성도 높아졌다. 기술 방식과 상관없이 ‘3G=2.1GHz’라는 표준이 만들어졌다. 당연히 3G는 전 세계 황금주파수가 2.1GHz다.

3G를 도입하지 못한 LG유플러스는 홀로 1.8GHz 그것도 CDMA에 머물러있었다.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과 KT에 비해 자동로밍에서 약점을 보인 근본적 이유다. 아울러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을 포함 전 세계 휴대폰 제조사는 일단 2.1GHz 휴대폰 제작을 우선했다. 시장 크기에 따라 다른 주파수 휴대폰을 생산했다. LG유플러스는 단말기 수급에서도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롱텀에볼루션(LTE) 시대 황금주파수는 명확치 않다. KT는 1.8GHz를 LG유플러스는 2.6GHz를 황금주파수라고 하고 있지만 이는 갖고 있는 주파수와 갖고 있지 않은 주파수에 따른 입장일 뿐이다.

3G때 전 세계적인 통합을 이뤘던 이동통신 주파수는 4G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2G 시대가 예상보다 오래 가고 오며 꼬였다. 주파수는 이동통신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TV 라디오 등 방송이나 노래방 마이크, 무전기 등 무선 통신은 모두 쓴다. 이리 저리 국가별 필요에 따라 분산된 주파수를 정리 통합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되는대로 필요한 주파수를 LTE에 쓰게 됐다.

국가별 통신사별 700MHz부터 2.6GHz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파편화됐다. 국내만 해도 SK텔레콤은 800MHz와 1.8GHz를 KT는 800MHz와 900MHz, 1.8GHz를 LG유플러스는 800MHz와 2.1GHz, 2.6GHz를 LTE용으로 보유하고 있다. 현재 전국망은 ▲SK텔레콤 800MHz ▲KT 1.8GHz ▲LG유플러스 800MHz로 구축한 상태다. 2배 빠른 LTE 경쟁을 위해 SK텔레콤은 1.8GHz 전국망 확보를 KT는 기존 1.8GHz 확장을 LG유플러스는 2.6GHz 전국망과 2.1GHz 보조망 설치를 선택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8GHz와 2.6GHz를 왜 황금주파수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KT는 LTE 후발주자로서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LG유플러스는 2.6GHz 전국망을 구축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 크다. 약점이 있는 쪽이 이를 감추기 위해 황금주파수라는 마케팅을 더 쎄게 하는 셈이다. 1위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조용히 있는 편이다. 향후 황금주파수 마케팅에 동참한다면 1.8GHz를 내세울 확률이 높다.

국내만 놓고 보면 황금주파수는 없다. LTE 품질과 속도는 누가 망을 보다 빨리 촘촘히 깔고 잘 운용하나 문제지 주파수 자체는 큰 영향이 없다. 현재 보이는 통신사별 국내 LTE 품질 차이는 누가 황금주파수고 아니고가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다.

황금주파수를 따져볼 영역은 자동로밍과 단말기와 네트워크 장비 수급면이다. 일단 1.8GHz가 유리하다. 그러나 2.6GHz도 2G때처럼 고립된 주파수가 아니어서 차이는 금새 메워질 것으로 보인다. 로밍의 경우 현재는 1.8GHz LTE를 상용화 한 나라와 통신사가 가입자가 많지만 2.6GHz쪽도 1.8GHz 못지않은 통신사가 선택했다.
LTE 주파수가 파편화 되다보니 대부분의 단말기와 네트워크 장비는 부분적으로라도 2~4개까지 LTE 주파수를 수용할 수 있게 만드는 추세다.

결국 LTE 시대 이후는 잠시 어느 한 주파수가 황금주파수로 떠오를 수는 있어도 판세를 좌우할 가능성은 낮다. KT는 유럽 2G가 종료되면 900MHz가 황금주파수가 될 것이라고 1.8GHz와 바꿨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마찬가지로 오늘은 1.8GHz쪽이 황금주파수 같지만 내일은 2.6GHz가 될 수 있다. 전 세계가 동시에 특정 주파수를 차세대 이동통신에 쓰자고 합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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